「양다리외교」장기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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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의 일조우호촉진의원연맹의 「구노」회장 (자민당소속)이 북한에대해 무역대표부의 상호설치, 기자교류등을 제안한것은 일본의 대북한접근자세를 노골적으로 보여준것이며 일본정부의 민간외교를 내세운 양다리 외교의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일본정부는 대북한정책에 변화가 없을것임을 다짐하고 있으나(7일「나까소네」수상발언)최근 남북한교차승인문제를 핑계로 일본정부가 대북한 접근자세를 계속보여온만큼 이번 사태는 심각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아베」외상은 지난 2월22일 중의원예산위원회에서 『남북대화를위한 환경조성의 일환으로 앞으로 북한과 인사·경제·문화등의교류를 추진해갈 방침임』을 밝힌데이어 3월2일에는 일본을 발문한 한국신문·방송경제부장들과의 회견에서는 『한반도긴장완화를 위해 일본이 적극 협력할것』 이라고 말하면서 그 방법으로 남북한교차승인방안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3월31일에도 참의원예산위원회에서 『북한과 문화·경제·스포츠등 각방면의 교류를 추진할 필요가있다』고 대북한 교류강화방침을 재확인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구노」의원의 북한방문, 일-북한교류제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심상히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물론 북한에 대한 무역대표부 설치얘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1년6월 북한의 조일우호촉진친선협회회장 현준극이 일본을 방문했을때도 「구노」 회장은 무역대표부의 상호설치, 무역협정의 체결, 나리따 (成典) ∼평양간 항로개설등을 북한측에 제의한바있으며 이때에는 북한측도 합의의사를 밝히기까지했다.
그러나 이때의 합의는 현준극의 일본국내에서의 정치선전활동이 문제가돼 일본정부로부터 경고를 받는등의 사태가 발생, 아무런 진전을 보지못했다. 오히려 이사건을 계기로 일-북한간 관계가 서먹해져 작년6월 「구노」의원을 대표로하는 일조우호촉진의원연맹대표단이 두차례나 북한방문을 요청했는데도 실현되지 않았고 당연히, 연장될 것으로 기대했던 일-북한민간어업협정도 82년6월30일 기간만료와함께 자동실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번 「구노」의원의 일-북한교류제의에는 실효된 어업협정을 다시 살리겠다는 실리적인 속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번사태를 과거의 일-북한 접근과는 다른 성격으로 보고 관심과 우려를 표시하는 것은 이번 움직임의 배경에는 일본정부의 입김이 서려있음을 감지할수 있다는 점때문이다.
일조의원연맹의 한관계자는 이번제의가 일본정부관계자의 양해를 얻어 이루어진 것임을 솔직이 밝히고 있다.
일본정부의 고위관계자도 일본의 대북한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임을 강조하면서도 기자교류등은 서로 실정을 이해하고 관계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무성관계자도 『민간교류의 범위안에서라면 이를 용인할수 있다』는 발언을함으로써 무역대표부의 설치, 기자교류등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은 일본정부내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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