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 권력다툼서 못 벗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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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남대 김용철 교수(左)가 13일 ‘국가 경쟁력과 한국정치’ 학술회의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철 전남대, 박찬표 목포대, 박찬욱 서울대, 유홍림 서울대, 정대화 상지대 교수. 오종택 기자

한국정치학회(회장 양병기)가 주최하는 추계학술회의가 13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렸다. 이틀간 진행되는 이 회의의 '헌정제도의 재디자인' 세션에선 개헌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중앙일보와 GS칼텍스 등이 협찬했다. 5월의 1차 개헌 토론회(전남대)에서 권력구조 개편 문제가 다뤄진 데 반해 이번 토론회에선 기본권과 남북관계 등 헌법 전반에 관한 주장이 폭넓게 나왔다.

◆ "사회적 기본권 강화해야"=전남대 김용철 교수는 "최근의 '연정논쟁'에서 보듯 참여정부에서도 개헌논의는 여전히 정치인들의 정략적 수단이나 권력다툼의 도구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다"며 "논의가 권력구조의 변화에만 집중되고, 논의의 주체가 정치권에 머물고 있는 점은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손혁재 교수는 "정부 형태 외에 현행 헌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모두 다뤄야 한다"며 "특히 기본권 문제가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안전보장 등을 위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제37조가 지나치게 포괄적인 만큼 고쳐져야 하고▶동성애자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신대 조현옥 교수는 "현재 헌법에서 여성은 연소자와 같은 '보호의 대상자'로 설정돼 있다"며 "고용이나 모성보호 등 여성 관련 조항에서 주체적인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이 1994년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다'는 원조항에 "국가는 여성의 실질적인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단서를 추가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서울산업대 김영순 교수는 "시민의 평등과 복지 같은 사회적 기본권을 확립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개헌보다 헌법의 적극적 해석"이라며 "이를 위해 법조인 일색인 헌법재판관 구성을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목포대 박찬표 교수는 2000년 이래 위헌 시비가 늘고, 헌재의 위헌심판 대상 건수가 급증한 점을 들어 "사법부(헌재 포함)의 헌법 해석범위는 시민의 기본권 관련 영역으로 제한돼야 하고, 사회경제적 권리는 사법부가 아닌 민주주의적 정치과정이 맡아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 "남북관계도 고려해야"=국회 도서관 이승현 교수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한 우리나라 영토조항에 '조국통일을 실현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정전협정의 군사분계선 이남지역으로 한다'는 단서조항 삽입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jwkim@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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