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내년 성장률 5%로 전망] 시장 분위기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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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백화점.할인점.도매시장 등의 현장 경기를 점검해본 결과다. 유통 업체들에 따르면 과일.꽃.남성복.여성 캐주얼 의류 등의 판매가 지난달부터 늘고 있다. 유통 업계는 이들 품목의 판매가 좋아지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상인들도 "매출 하락세는 8~9월을 지나며 멈춘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소비심리가 본격적으로 회복됐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상인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달부터 과일 매출이 부쩍 늘었다. 9월 한 달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상승했다. 이 백화점의 올 상반기 과일 매출은 지난해보다 1.1% 하락했다. 농협유통의 지난달 도.소매 과일 매출도 지난해 9월보다 22~25% 상승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은 지난달 과일을 모두 5만5096t 팔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만2964t)보다 4% 많아진 것이다. 이곳에서 장사하는 서울청과 변준섭씨는 "추석이 지나며 사과.포도.복숭아 등의 판매가 계속 좋은 편"이라며 "전체적으로 소비가 조금씩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류 매출도 늘고 있다. 의류 업체 제일모직의 8~9월 남성정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3% 올랐다. 롯데백화점의 남성정장 매출도 상반기에는 지난해보다 0.2% 상승에 그쳤으나 7월 이후 매달 5~8%씩 늘고 있다. 20~30대 여성이 주소비층인 여성 캐주얼 의류도 잘 팔린다. 의류 업체 신원.나산 등에 따르면 지난달 여성 캐주얼 의류 판매가 지난해 9월보다 20~40% 많아졌다. 신원 박정인 팀장은 "최근 2년 동안 의류시장 경기가 너무 가라앉아 있었다"며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했다.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팔리는 꽃 물량도 지난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늘었다. 양재화훼공판장 정문권 부장은 "상반기까지는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적었다"며 "8월을 지나며 반등세로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회복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이 많다. 남대문시장 백승학 부장은 "최근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긴 했으나 연례적으로 혼수용 이불.그릇 등을 찾는 수요일 뿐"이라며 "전체적인 시장 경기는 아직 얼어붙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윤정희 과장은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린다고 보기는 여전히 힘들다"며 "하지만 하락세가 멈추고 상승을 준비하는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오진현 부장은 "매출이 소폭 상승세이긴 하지만 물가상승률 등 변수를 감안하면 본격적인 소비회복으로 판단하긴 어렵다"며 "지난해 소비가 워낙 얼어붙어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jdre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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