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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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25」가 있은지 33년이 되었다. 그 세월속에서 「6·25」가 국민들의 기억에서 희미하게 자리잡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것을 체험한 세대가 그렇거늘 하물며 이를 경험하지 못한 70%이상의 국민들에겐 6·25는 단지 관념속의 허상처럼 퇴색하고 있는 민족수난의 사실이 되고 있다.
그것이 비록 비극이며 악몽같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현실에서 상기하고 반성하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다.
민족역사의 사실이 모두 그렇지만 고통스럽고 괴로운 경험은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에서 더욱 철저히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6·25를 상기하는 절실성이 유다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역사를 통해서 비록 문단없는 전과를 겪어야 했던 우리 민족이라고는 해도 통일국가를 형성했던 이래 1천여년동안 민족상잔의 대규모전과는 없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외세의 침탈과 사소한 내란들은 있었으되 국토와 민족을 양분하고 가족과 이웃이 나뉘어피를 흘렸던 대규모적이고 장기적인 전갱은 「6·25」, 이것이 실로 처음이었다.
그 때문에 6·25는 「전쟁」은 다시는 없어야겠다는 요망과 민족「통일」에 대한 소망을 절실하게 생각케한다.
전쟁이 인간의 행태가운데서 가장 잔혹하고 부도덕한 사업이며 그 자체가 인간을 모독하고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어떤 좋은 명분과 목적을 내세워도 전쟁을 일으키는 행위자체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하물며 동족간의 전쟁에서랴.
6·25와 같은 동족「전쟁」이 앞으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의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물론이다.
6·25를 기념하는 것은 바로 그런 근본 뜻이있다.
그동안 이룩한 경제발전과 안락한 생활을 지키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앞으로의 경제발전과 민족의 번영을 다짐하기 위한 것이다.
그로써 생긴 근거없는 낙관과 안역한 정신상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터무니없이 위축된 상황속에 얽매이자는 뜻이 아니라 현실인식과 상황판단에 정확을 기함으로써 필요한 경계와 대비에 충실해야 겠다는 뜻이다.
그때 북의 공산주의자들이 남침을 준비하고 실천해 온 과정에서 우리가 방만과 오판으로 대응하였던 전철도 냉정하게 반성해야 하며 그때의 전쟁도발자가 지금도 갖가지 기만적인 자료를 날조하며 터무니없는 「북침설」을 조작하고 있는 현실도 엄격하게 인식해야 한다.
저들이 입으로 민족의 「평화통일」과 「고려연방제」를 광고하면서 실제로는 끊임 없이 간첩과 무장특공대를 남파하고 있는 현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이 현실에서 전쟁을 막는 유일한 길은 우리체제의 발전과 단결을 보다 확실히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외형적인 견고성을 조직과 실력으로써 과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구성원의 내적 화합, 정신적 응집력이 견실해서 조금의 틈도 없어야겠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구성원의 내적 화합은 억지로 조작될수는 없다. 강제가 아니고 자발성에 기초한 화합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기에 일관된 긍정론을 강요한다거나 부자연스러운 일체감을 억지로 조성하려고 무리를 해서도 안된다.
현실에 대한 냉엄한 인식과 불합리의 엄격한 부정이야말로 사회구성원의 자발성의 원천이며 역동적인 사회발전의 근거임을 인식해야겠다.
민족전쟁의 도발자인 「북」이 또 다른 6·25를 획책하면서 민족의 비극을 재연하려 하는 위험에 대처해서 저들 체제의 강압과 비리를 극복할수 있는 길은 우리사회체제의 정당성과우월성을 확립하는 길 뿐임도 명심해야겠다.
철수하는 정부와 군을 따라 남부여대 하여 괴로운 피난대열에 섰던 사람들은 바로 그 자유와 인간적 삶을 더욱 잘 구현할수 있는 체제와 사회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몸으로 표현했다는 사실도 다시 되새겨야겠다.
뿐만아니라 그 6·25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전쟁」의 잔혹과 「통일」의 중요성을 올바로 인식시킴으로써 지난날의 민족적 비극을 그것으로 영원히 단절시켜야겠다는 신념과 의지로 정신무장을 갖추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 통일에 대한 안역한 낙관이나 비관도 삼가는 태도를 길러야겠다. 당장 통일이 이루어질수 있다든가 통일은 우리 세대에는 불가능하다고 미리 속단할 필요는 없다.
통일은 민족의 힘과 의지만으로 이루어진다는 단순사고도 피해야겠다. 열강의 힘의 교호속에서 우리의 운명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재단되곤 했던 역사의 사실도 냉엄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
6·25는 민족의 비극이며 악몽같은 경험이지만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었음을 상기할 때 우리는 더욱 우리 자신의 민족적·국가적 운명에 대해 성찰할 필요도 있다.
하물며 수천만 민생이 겪어야 하는 고초의 신산이 한 사람 한 사람 생령의 고난에 직결되고 있음도 결코 잊어서는 안되겠다.
그런 인식에서 6·25는 우리민족에게 결정적인 교훈을 남겨 주었다.
6·25는 우리 민족에게 국난극복의 지혜와 민족단합의 필요성을 교훈하고 있다.
그러나 그 교훈은 지금 세월의 흐름속에 망각되거나 매몰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팽배한 일상의 이욕추구 속에, 개인적 탐욕의 과대화 경향속에 침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다시 민족전체의 불행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이 결코 저질러져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생각할 때다.
개인의 탐욕과 자기만의 주장을 내세우는 어리석은 오만도 팽개쳐 버려야할 때이다.
개인의 이욕이 아니라 민족의 대의앞에 순응하고 겸손해야 할 때이다.
6·25 33주년은 그 점에서 우리들 모두에게 엄숙한 반성의 계기로서 자리잡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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