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48종의 나비를 계통분류|『한국접지』펴낸 「나비박사」 이승모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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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승모씨(59세).
그에겐 국립과학관의 생물연구관이라는 관직보다는 「나비박사」라는 별칭이 더 어울린다. 40여년을 오로지 나비와 함께 나비에 미쳐(?) 살아왔기때문.
과학관 옥상에 자리한 연구실도 온통 나비의 표본속에 파묻혀있다.
그는 회갑을 앞두고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2백48종의 나비를 처음으로 계통적 분류법에 의해 집대성한 「한국접지」를 펴냈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나비지만 우리나라에 과연 어떤 나비들이 분포되어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있는 도감하나 없다는게 늘 마음에 걸렸지요.』
80년부터 형편닿는대로 부분적인 인쇄에 들어가 이번에 힘겹게 발행한 이 나비도감은 이연구관의 생애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학교시절 생물반에서 곤충채집을 나갔어요. 그때 나비의 빛깔과 얌전한 자태가 왜 그리 신비스럽던지….』
그렇게 시작된 그의 나비인생은 김일성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하면서 더욱 심화됐다.
실향민인 그는 백두산을 4번, 금강산을 11번이나 답사하면서 북한지역의 나비채집에 열중하다가 49년 가을 단신월남했는데, 그때 둘러메고 넘어온것은 「나비3천점」뿐이었다고 껄껄 웃는다.
60년대까지 미군부대등에 근무하면서도 나비채집과 외국과의 나비교환을 계속한 그는 70년국립과학관의 생물연구관이 되면서 나비표본 3만점을 기증했다.
이번 도감 출판에 4천여만원이 들였는데 서울미아동에 있는 22평짜리 집을 담보로 잡히고, 또 곗돈까지 털어넣어 자비출판을 했다. 주위에서 재정걱 부담을 걱정했더니 오히려 『우리나라의 나비생태학 연구에 기초적자료로 널리 쓰일수만 있다면 만족이지요』라고했을정도로 집념을갖고있다.
윤남경씨의 「나비」라는 소설의 모델이기도 했던 이연구관은 지난 일요일에도 태백산에 다녀 왔다.
『몇년전보다 나비채집이 어려워졌어요. 환경이 그만큼 오염됐다는 증거지요.』
끝까지 그는 나비걱정만 했다.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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