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쌀 값, 올려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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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식량증산을 위한 농산물 가격지지정책과 소비자가격 안정을 위한 농산물가격 안정정책의 산물인 이중곡가제 딜레머를 벗어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당초 식량, 그 중에도 주곡의 자급을 실현한다는 방침아래 고곡가정책을 취하면서 한편으로는 곡가 안정을 기한다는 목적으로 이중곡가제를 과감히 채택해왔다.
이중곡가제는 뚜렷한 재정흑자 기조가 뿌리박지 못하는 한 필연적으로 재정적자를 확대하게 되는 것이나 농가의 증산의욕 고취, 도시민 생활안정의 명분에 가려 양특적자의 누적이라는 난제를 표면에 등장시키지 못했다.
이제 정부는 1조2천4백82억원(82년말)에 달하는 양특적자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적자감축방안의 일환으로 정부보유양곡 방출가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의 곡가 정책을 그대로 끌고 가다가는 양특적자가 계속 증가하여 재정인플레이션의 한 요인이 되고 총재정수지의 적자라는 만성적인 현상에서 탈피하기가 어려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고 수매가·저 방출가의 양곡정책은 당장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인식되지만 재정이 압박을 받을 경우, 또한 재정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경우, 그 부담은 결국 국민경제에 돌아오고 만다.
따라서 어떠한 대책을 강구하든 양특적자는 줄여나가야 한다. 그것은 양곡관리 기금만을 놓고 좁은 안목에서 따질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농업정책, 더 나아가서는 경제정책의 테두리 안에서 다루어야할 성질의 것이다.
정부미가격의 인상은 가장 손쉬운 방법이긴 하나 물가에 충격을 줄 우려가 있으므로 종합적인 정책수단의 일환으로 신중히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그러니까 본질적인 양특적자 해소방안이 다각적으로 모색되는 가운데 정부미 방출가 인상도 생각해야 된다는 것이다.
양특적자의 근본적인 발생원인이 고수매가·저방출가에 있다면 우선은 고가격지지 정책을 수정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물가안정 추세에 맞추어 적정생산비와 이윤을 보장하는 선에서 수매가를 결정하고 그 동안 되풀이 되어온 정치적 배려는 지양하라는 것이다.
그 다음은 방출가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조치가 병행되어야한다.
정부는 가격현실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적인 가격이 어떤 수준이냐 하는 것을 찾아내기는 힘들다.
단순히 양특적자를 얼마 감소시키겠다는 전제를 내걸고 거기에 맞추어 가격을 올리는 방식은 찬성하기 어렵다.
정부가 시장가격을 부추길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종국적으로는 정부의 양곡수매정책자체를 바꾸어 생산과 소비에 너무 개입하지 말고 시장기능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출하기에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으로 정부가 사들이고, 가격이 오를 때는 그 가격으로 방출하여 가격상승을 막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의 농산물수급 및 가격안정정책도 시장기능에 순응하여 탄력적으로 운용하라는 뜻이다.
1조2천억원을 넘는 양특적자는 이미 발생한 분이므로 우선은 더 이상의 적자를 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그렇다면 정부는 양특적자를 현 상태에서 동결하고 긴축재정 운용결과생기는 흑자가 있으면 먼저 양특적자를 상환한다는 확고한 정책을 밝혀야한다.
정부가 한은 차입금을 갚겠다는 의욕을 나타내야 방출가의 인상에도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곡가의 상승이 물가를 흔들리게 하고 물가불안이 공산품에 영향을 미쳐 다시 농산물 생산비를 올리는 악순환은 잘라내야 한다.
양특적자 축소 책은 그 적자가 국민경제에 광범위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고루 알도록 하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그 축소 책을 받아들이도록 하는데서 출발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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