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력·팀웍·투지가 뒤받침 된 4-2-4전법 한국축구의 금자탑 세워"브라질도 속공으로 부수겠다."청소년들이 침체축구 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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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몬테레이 (멕시코)=본사국제전화】 기적도 이변도 아니다. 한국의 강한 정신력, 일사불란의 조직력이 우루과이의 개인기를 누른 것이다. 세계가 모두 놀랐다. 국내스포츠계는 일찌기 없던 영광과 흥분에 휩싸였다 .장한 청소년들이 만든 이 신화로 한동안 침체의 늪에 빠졌던 한국축구가 완전히 살아났다. 「붉은 악령」한국선수들은 기민하고 날카로운 숏패스와 과감한 슈팅, 그리고 분출하는 불퇴전의 기백으로 우루과이와 처절한 정면대결을 별인 끝에 당당히 이겼다. 박종환감독의 야심에 찬 전략, 「대담한 공격위주의 축구」가 이 엄청난 영광을 안겨준 것이다.
『공격 4명, 링커2명을 포진한 4-2-4의 적극전법을 썼다. 한국축구의 전통은 4-3-3의 수비중심이다. 상대가 막강한 우루과이이므로 결단을 내리는데 여간 고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사적인 공격만이 최선의 방어이기도 하다는데 확신을 갖게 됐다. 결국 우리의 선제공격에 우루과이는 공수에 걸쳐 교란될 밖에 없였다』 박종환감독은 의외로 냉정하게 이렇게 설명했다.
이러한 작전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체력과 주력의 뒷받침이 있어 공수전환의 기동력뿐만아니라 선수 개개인이 상대팀과의 l-1대결에서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
박감독은 『내자신이 놀랄정도로 선수들이 혼신의 투혼으로 선전, 저의 마치 도박과 같은 모험이 성공되게 해 주었다』고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전반42분 선제득점의 결정적 찬스인 페널티 킥을 노인우가 실축하여 놓쳤을 때는 아찔했으나『게임의 흐름으로 보아 승리의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다』고 회상한 박감독은 후반9분의 선취골이후 이태형을 이기근으로, 잠시후 김종건을 김흥권으로 교체함으로써 팀의 에너지를 다시 충전한 것이 신기할 정도로 적중했다고 스스로 대견해했다.
박감독은 연장전에 들어가 당초 우려했던 체력의 열세가 나타나지 않고 계속 맹공을 퍼부을수 있었던 것은 이들 이기근과 김흥권의 활기찬 플레이 메이킹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박감독은 준결승전망에 대해 『브라질도 우루과이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브라질은 남미예선때 우승한 팀이므로 우루과이 이상으로 어려운 상대임은 톨림없다. 그러나 역시 해볼만하다. 어느면에선 유럽보다 남미축구가 우리에겐 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단단한 대비를 할 것이다. 2년전 호주대회 예선 때는 우리가 3-0으로 대패했었다.
서전에서 우리가 이탈리아를 꺾은데 자극받아 처음부터 맹렬한 기세로 나왔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속공의 페이스를 더욱 높일 것이다. 한층더 세밀하고 강인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선수들의 사기가 높다』
박감독은 부상선수가 없고 대부분의 선수를 언제라도 기용할 수 있는 점이 무엇보다 강점이라고 밝히면서 『우리는 결코 행운을 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각국 축구인들의 평가 그대로 우리의 실력은 우승을 다투기에 부족함이 없다. 브라질에 비밀무기는 없다. 서로의 허실은 다 드러났다』고 또 한번의 승리에 대한 집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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