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건선 관절염 예방, 몸의 작은 변화에도 귀 기울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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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상은 교수

“건선 환자라면 몸의 작은 변화에도 귀를 기울이고 의사와 친구처럼 지내야 합니다.” 필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진료실을 방문하는 건선 환자들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다. 우리 몸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만성염증면역질환인 건선은 각질형성세포의 분화 이상과 과도한 증식, 염증세포의 침윤 등에 의해 피부에 은백색 비늘을 동반한 홍반성 구진과 판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건선은 만성 재발성 질환이며 피부 이외에도 관절과 같은 다른 부위를 침범할 수 있고, 질환을 오래 앓으면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 여러 동반질환 이환의 위험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건선을 오래 앓아온 환자는 현재 본인의 건선 증상이 악화되고 있지는 않은지, 동반 질환이 발병한 것은 아닌지 주기적으로 병원에 들러 본인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치는 어렵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일상 생활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를 통해 건선 환자에게서 고혈압을 포함한 심혈관 질환, 고지혈증, 비만, 당뇨병 등이 나타날 확률이 일반인 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건선 환자의 10~30% 에서 나타나는 건선 관절염은 건선의 대표적인 동반 질환이다.

‘건선 관절염’이라는 질환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건선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관절 질환으로 건선을 오래 앓은 환자일수록 건선 관절염이 발병할 위험이 높다. 건선 관절염의 임상양상은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인 퇴행성 관절염이 무릎 등의 큰 관절에 나타나는 것과는 달리 건선 관절염은 손과 발의 작은 말단관절이 침범되는 경우가 많고, 인대의 뼈부착부위에 염증을 보이는 골부착부염이나 손가락 염증이 부어서 소시지모양으로 보이는 손발가락염이 류마티스관절염에 비해 흔하게 나타난다.

다른 관절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건선 관절염 역시 치료시기를 놓쳐 증상이 심한 경우 관절의 변형까지 초래할 수 있으며, 운동 제한 등 삶의 질 저하와도 연관될 수 있다. 몸의 관절은 한번 뒤틀려 굳어버리면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도 원래의 상태로 복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질환에서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중요하지만, 건선 관절염은 관절의 영구적인 손상 예방을 위해 특히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건선 관절염은 염증성 피부질환인 건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건선 관절염은 피부과 의사에게도 간과할 수 없는 영역이며, 건선과 마찬가지로 피부과에서 진료하고 치료할 수 있는 영역이다. 따라서 환자들은 피부과 의사와 관절통 이야기를 하는 것을 낯설게 생각하지 말고, 본인의 몸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긴다면 곧바로 전문의와 증상을 면밀히 상담하는 것이 좋다.

건선 관절염은 환자의 증상에 따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의 약물로 치료한다. 이중 생물학적 제제는 관절 변형을 억제해주어 치료 예후가 좋고 건선과 건선 관절염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어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건선 관절염이 최근 산정특례에 포함되어 환자의 비용부담도 10% 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과거 비용 문제로 망설이던 환자들도 좀더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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