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리즘」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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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처」수상의 보수당이 예상대로 영국의 총선거에서 노동당과 사민·자유련합을 누르고 이겼다. 임기를 1년이나 앞두고 있으면서도 총선거를 앞당겨 실시한「대처」전략은 일단 성공한 셈이다. 보수당은 79년5월 집권한 이래 미국의 「레이건」행정부처럼 실업이 느는 것을 감수하고 인플레를 잡고 휘청거리는 영국경제를 재건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로 4년전 집권할 때 20%나되던 인플레가 지난5월 현재 4%까지 수습되었으니「대처」수상으로서는 그것을 기록적인 경제적 업적으로 내세우면서 의회를 해산할만한 입장에 었었다고 하겠다.
인플레 수습에 희생된 것이 실업대책이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영국의 실업자수는 4년전의 1백30만명이 올들어 3백만명을 돌파했으니「대처」수상의 경제재건이 많은 근로자들의 희생위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야당의 비난도 근거 없는 선전구호만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과 저소득층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노동당이 높은 실업율을 득표로 연결하지 못하고 45년 이래의 대패를 당한 것은 노동당의 내분과 「대처」수상의 개인적인 인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노동당의 선거강령 중에는 구공시(EEC)탈퇴, 수출증진을 위한 파운드화의 평가절하, 은행국유화, 외환관리의 부활과 함께 미국의 크루즈미사일의 영국배치 반대가 들어 있다. 노동당의「마이클·푸트」당수는 노동당이 집권하면 앞으로 5년안에 영국을 비핵국가로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다녔다.
그러나 「힐리」부당수는 소련이 핵군축에 동의하지 않는 한 영국의 폴라리스 미사일은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하여 당수의 비핵논에 반대를 하고 나섰다.
유권자들은 소련의 핵 위협이 강조되고 있는 마당에 일방적인 핵포기는 현명한 처사가 아니고, 그나마 노동당안에서도 이 문제로 의견통일을 보지 못하는데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노동당은 실업구제, 정부지출에 의한 고용창출을 선거강령의 첫머리에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노동당의 집권은 인플레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전문기관들이내놓은 조사·연구 결과를 보면 노동당이 집권해도 실업이 즐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유권자가 절반이 넘는다는 사실이 보수당의 승리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포클랜드전쟁에서 과단성 있는 강력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단단히 굳힌 「대처」수상은 신문들이 대처리즘(Thatcherism)이라고 부르기를 좋아하는 시장경제와 경쟁원리의 도입과역국유화정책으로 앞으로 5년 더 영국을 이끌어가게 된 것이다.
프랑스에서「미테랑」의 사회주의경제정책이 실패를 거듭하여 심각한 시련을 겪고 있는 것까지 고려하면 서구의 큰 나라 유권자들이 사회복지정책의 명암을 날카롭게 구별하는 눈을 갖기에 이른 것 같다.
그러나 보수당의 승리가 당초 예상대로의 압도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영국의 많은 유권자들이 반드시 대처리즘의 매력에 끌려서가 아니라 노동당이나 사민·자유련합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보수당에 표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을 뒷 받침하는 것 같다.
대처리즘의 승리가 영국과 서구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에 환영의 뜻을 표명하면서도 보수당에 던져진, 노동당반대를 위한 네거티브 보팅(Negative Voting)이 갖는 의미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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