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튀는 게 매력? 아줌마 이미지 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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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검은 뿔테 안경을 썼다. 그것도 각진 것으로. 얼굴엔 화장기도 하나 없었다. "남들은 끼지 말라고 해요. 사감 선생님 같다고. 근데 얼마나 좋은데요, 눈밑 기미도 다 가려주고."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온다. 뮤지컬 배우 김선경(37.사진)씨는 솔직했다. 그녀가 오늘(7일)부터 한달간 코엑스아트홀에서 '그녀만의 축복'이란 연극을 한다. 데뷔 15년 만에 처음 도전하는 모노 드라마다.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슬리퍼 질질 끄는 아줌마로 나올 겁니다. 우리네 일상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30대 주부지요."

그녀는 뮤지컬 대상에서 3회 연속 인기상을 받은 이 분야 최고 스타다. 모노 드라마라면 김지숙.박정자 등 중년을 넘은 베테랑 연극인들이 주로 해온 장르. 언뜻 밝고 생동감이 넘치는 김선경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을 듯 싶다. 왜 80분간 혼자 무대를 책임져야 하는 모노 드라마를 굳이 하겠다 나섰을까. "깊이에 대한 갈증이죠. 무엇보다 지난 3월 정동극장에서 자전적 1인극 '마이 스토리'를 한 게 큰 용기를 주었죠.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게 단지 춤과 노래와 웃음만은 아니란 걸 확인했어요."

그녀는 1인 7역을 선보인다. 10살 된 딸을 둔 주부 오서희를 중심으로, 그녀와 바람이 난 과외 선생.친정 엄마.남편.이혼녀 친구 등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분장실도 없이 현장에서 변신한다. 대본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나부터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냉장고에서 과일 꺼내려다 걸레질을 하고, 그 걸레를 넣고 냉장고 문을 닫는 에피소드는 제 경험이에요." 그녀의 장기인 노래도 4곡 부른다. 춤도 춘단다. 예쁘게 보이기보단 오히려 망가지는 쪽을 택한 것처럼 보였다.

김선경씨는 지난해 결혼했다. 남편은 여섯살 연하다. 밤늦게까지 연습하는 아내와 스태프를 위해 남편은 수시로 먹을 것을 사와 '간식 부장'이라 불린단다. "주인공 오서희가 과외 선생과 불륜을 저지르고, 떠나 보내며 가슴아파 하는 장면이 있죠. 펑펑 울면서 연습하는 장면을 본 남편이 "솔직히 말해. 언제 저런 적 있지.그렇지 않고선 저토록 슬퍼할 수 없어"라며 정색을 하는 거예요. 그거 달래는 데 1주일 걸렸습니다." 공연 문의 02)545-7302.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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