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의대「성에 대한 태도조사」실시|편견·갈등 겪는 한국인의 성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현대 한국인들은 반수 이상이 생에 대한 태도를 확립하지 못한 채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으며, 성에 대한, 편견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도 많아 성교육이나 이에 대한 계몽이 절실하다.
한양대의과대 신경정신과학교실 김광일·이양덕·정동철 세 교수는 81년 5월∼82년 5월에 걸쳐 서울과 부산지역에 사는 58명(남 29·여 29)을 대상으로「성에 대한 태도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정신건강연구』제1집(한양대 정신건강연구소간)에 발표했다.
성행동, 성생활과 부부관계, 성의 속설·성도덕, 성교육, 성과 사회·가족·전통, 성과 건강, 자아, 인성관, 세계관 등에 관한 60개 문항을 통해 나타난 현대 한국인의 성의 태도는 크게 여섯가지 유형.
그 첫째는 현대적 자유주의. 성을 되도록 즐기고 성에대한 화제를 공개적으로 토론하며, 남녀 평등을 믿으나 우리의 전통·속설은 배제하고, 이혼도 불사하는 급진적 경향을 보이는 집단으로 주로 대학교육을 받은 젊은 남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도덕적 보수주의. 성을 즐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남녀의 불륜을 패륜으로 보며, 남녀평등을 믿으면서도 비교적 이성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집단이다. 육체적인 성에 보다 순애보적 사탕에 더 관심을 보이며, 성에 관해 폐쇄적이고 도덕적이며 이성적인 태도를 보이는 특징이 있는데, 주로 고등교육을 받은 중년여성들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세째는 반보수주의. 남성의 방종한 성행위에 대해서는 관대한 반면 여성의 순결을 강요하며 이혼을 용납하지 않고, 성은 더러운 것으로 간주하나기타 남존여비사상이 강한 일련의 태도에는 반대하는 특징이 있다. ㅡ즉, 여성의 자유와 해방은 원하나 성을 즐기고 성의 도덕적 가치를 부정하는 데는 반대하는 집단으로 중등교육을 받은 중년여성들이 여기에 속한다.
네째는 전통적 자유주의. 성의 즐거움을 인생의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남녀평등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으나 전통적인 남존여비사상에 젖어 있는 부류다. 여성에게는 순결을 강하게 요구하면서도 남성의 혼외정사는 당연한 것으로 인정, 전통 사회의 난봉꾼과 흡사한 태도를 보인다.
전래의 속설·미신도 믿으며 문화변전에 적응하는데 있어 혼란을 빚는 이들로 대부분 중등교육을 받은 중년남성들에게서 강하게 나타났다.
다섯째는 여권주의. 성에 관한 전통적 규제와 속설을 부인하고 성의 즐거움과 자유를 구가한다. 남존여비 사상에 강력히 저항하고 오히려 여존남비적인 사상에 가까울 정도로 남녀평등을 주장하면서 이상적이고 질서와 윤리를 강조하는 특징을 지닌다. 대학졸업 이상의 높은 교육수준을 가진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여섯째는 합리적 자유주의. 성에 대해 자유로우면서도 이의 책임을 중요시한다. 남녀평등을 주장하고 현실적인 여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합리적 태도를 갖고 있는 집단으로 대학을 나온 젊은 남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여섯가지 유형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거나 둘 이상의 요인에 같이 섞여 있는 응답자가 58.6%나 돼 성에 대한 태도가 현시점에서 혼란한 것으로 밝혀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연구자들은 현재 상황에서는 아직 성에 대한 일률 적인 태도가 확립되지 않고 여러 양상의 태도가 혼재돼 있으므로 성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확실히 말아 한국인에게 맞는 성교육계획을 세우는 한편, 계속적인 태도 연구가 진행돼야할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홍은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