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미국 그럽스·슈록, 프랑스 쇼뱅 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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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왕립 한림원 노벨화학상 수상위원회는 5일 미국의 로버트 그럽스(63.칼텍공대.사진 (左)) 교수와 리처드 슈록(60.MIT.(中)) 교수, 프랑스의 이브 쇼뱅(74.엥스티튀트 프랑세 뒤 페트롤의 명예 연구담당 소장.(右)) 박사 등 세 명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쇼뱅 박사는 1970년대에 유기물의 일부 분자가 어떻게 금속 촉매에 의해 치환되는지 그 기전(메커니즘)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럽스.슈록 교수는 몰리브덴(Mo)과 루세늄(Ru) 계열의 금속을 이용한 촉매를 90년대 초반에 개발해 새로운 유기화합물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들 세 화학자의 업적은 오늘날 에이즈.암 치료제 등 수많은 화합물 신약 개발과 플라스틱을 비롯한 고분자 유기화학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현대 유기 화합물 분야에선 이들의 연구 성과가 안 쓰이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석유화합물 등 유기물의 분자 일부를 치환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각 분자가 서로 단단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특별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분자 중 일부를 바꿔야 한다. 쇼뱅 박사는 그 분자를 바꾸는 방법과 경로를 밝혀낸 것이다. 레고블록처럼 조립된 유기 분자 중 한두 개를 새로운 분자로 바꿔치기 하는 식이다. 그러면 유기물의 성질이 완전히 바뀌어 새로운 물질이 된다. 예컨대 항암 기능이 없던 물질도 그 분자 한두 개를 바꿔줌으로써 암 세포를 죽이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럽스와 슈록 교수는 상용 가능한 촉매를 개발해 유기 화합물 산업이 꽃을 피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촉매는 물질의 화학반응을 대단히 빠르게 일어나게 한다. 촉매가 없을 때는 그런 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그럽스와 슈록 교수가 몰리브덴과 루세늄 계열의 촉매를 개발하기 전에는 촉매가 상온에서 불안정해 상용화하기 어려웠다.

중앙대 화학과 함승욱 교수는 "유기물 분자의 상호 교환반응은 제약이나 화학공업 외에도 곤충의 호르몬인 페로몬 합성에도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의 경우 잠을 자게 하는 페로몬을 합성해 뿌려주면 계속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또 작물의 해충을 유인하는 페로몬을 개발해 해충을 모아 죽이는 데 이용할 수 있다.

박방주.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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