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바꿔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어느 에로소설에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결혼과 이혼이 복잡하게 얽혀 서로 상대방의 배우자와 결혼하게 되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얘기도 아니다.
얘기는 배우을 바꿔치기, 무대는 바로 공맹의 후예들이 사는 대만 땅이다.
우선 도덕· 윤리적인 한탄은 나중에 하고 어떤 내용인지 살러보자.
최근 대만경찰은 『인생의 두번째 봄을 약속합니다』란 야릇한 광고의 진원지를 추적했다. 그 결과 바로 부부사이에 서로 배우자를 바꾸드록 알선하는 중개소였다는 것. 이 광고에 참여하기로동의한 다섯부부의 답신드 아울러 발견됐다.
배우자 바꿔치기에는 아주 바꿔치기, 우우 바꿔치기, 일시적 바꿔치기가 있다고 한다. 일시적 바꿔치기는 단회성 정악을 뜻한다. 부부 합의에 의한 상호 간통인 셈이다.
이같은 행위가 광고에까지 등장할 정도면 배우자 바꿔치기는 꽤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짐작이 될만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동양사회마저 성도덕이 무너지고 있다는 개탄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요즘 또 하나의 놀라운 뉴스다.
구미사회에선 부부 바꾸기 클럽도 있다고 들린다. 경험담이 가끔 소개되기도 한다. 그래도 그것은 정신적·문화적 풍토가 전혀 다른 곳의 얘기로만 들렸었다. 이젠 우리와 비슷한 문화구조를 가진대만에서 조차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경우 『인생의 두번째 봄을 약속한다』는 광고문구로 보아 권태기의 부부를 노린 것 같다. 새로운 날극으로 시들해진 애정물 되살리자는 생각일까.
그러나 부륜으로 인한, 정신적 부담을 끝내 파탄을 초래하기 쉽다. 애석의 소생을 위해 인륜에 어긋나는 짓을 하는 것도 비판 받아야 한다. 오래산 부부는 애정보다 신뢰를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부부 화합의 조건은 무엇일까. 얼마전 총리부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 있다.
일본 청소년은 같은 인생관(37·4%), 경제적 안정(27·9%), 자녀가 있어야(20·5%)를 꼽았다. 성적 조화는 3·5%로 6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비록 청소년들이지만 미래의 부부라는 점에서 시사하는바 크다. 우리 청소년들도 비슷한 반응을 나타내리라 본다.
성적 조화를 제일 중요시 한 것은 프랑스 청소년들이다. 그러나 순위는 3위라도 비율은 9·5%밖에 안됐다.
결국 평범하고 순결하기까지 한 부부관을 가진 이들이 자라면서 그 무엇엔가 홀려 이그러진 생관계를 추구하게 되는가 보다.
얼마전 서울에서 열린 부부관계 세미나에선 대화를 중요시했다. 부부간에 서로 칭찬하는 대화는 다가오는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가정에까지 스며드는 세기말적 현상을 막기 위해 스스로 무엇인가 해야할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