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찾사' 떠난 깜짝 스타 리마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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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를 풀고 처음 인터뷰 사진을 찍는다’는 리마리오. 카메라 앞에 선 그의 열정은 ‘웃찾사’무대그대로였다. 그는 “난 화려한 연예인을 꿈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고정 코너엔 더 이상 출연하지 않을 겁니다. 개그맨 이미지가 굳어지기 전에 제 꿈을 찾으려고요."

지난달 31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SBS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을 떠난 리마리오(33.본명 이상훈)는 12일 "이제 버라이어티쇼 공연장으로 활동무대를 옮기겠다"고 밝혔다. 묶은 머리를 풀고 담백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활동계획을 밝히는 그는 이미 '마가린 버터 3세'를 벗어던진 모습이었다.

그가 "본능에 충실해"를 외치며 처음 '느끼 개그'를 선보인 게 지난해 10월 28일. 꼭 다섯달 만에 '더듬이 춤'과, '미끄러지듯이''이번엔 내 차롄가' 등의 유행어를 남긴 채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무대를 떠났다. 배고픈 무명 배우 생활을 딛고 인기 정상에 오르자마자 하차라니. SBS와 그의 소속사인 컬트엔터테인먼트 측은 "재충전을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지만, 세간에는 그가 새로 생긴 MBC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로 옮기려고 한다는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웃찾사에 들어갈 때부터 방송 출연은 넉달 정도만 한다고 제작진과 얘기가 됐어요. 캐릭터가 갑자기 뜨는 바람에 한달 정도 더 끈 셈이죠. 처음부터 공연을 하기 위해 인지도를 높일 생각으로 TV에 나온 거라 이젠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오는 7월 전국을 돌며 '리마리오 쇼'를 열어 뮤지컬.마술.춤을 비롯한 다양한 공연을 보여 줄 계획이다. 올 겨울엔 뮤지컬 '로키 호러픽쳐쇼'에도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공연을 위해 발성훈련부터 새로 받고 있어요. 춤도 배우고, 마술도 배우고요. 잔 기교나 애드리브가 중요한 TV보다는 일부러 찾아온 열성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장 무대가 제겐 훨씬 매력적이거든요."

1993년 서울예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그는 곧바로 서울 대학로 연극판으로 들어갔다. 소극장에서 연극.뮤지컬의 단역을 전전하는 것은 재미는 있었지만 차 기름값 대기도 힘들었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돈을 대줄 테니 장사라도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97년 서울 청담동에 바를 열었다. 하지만 때마침 찾아온 IMF. 1년 만에 문을 닫고 선배와 함께 이탈리아에서 원단을 수입하는 무역업을 시작했다.

"4년 동안 그럭저럭 돈은 좀 벌었어요. 그래도 배우의 꿈을 놓지 못하겠더라고요. '더 나이 먹으면 안되는데…'하며 초조해할 무렵 대학 동기인 컬투 김태균을 만나 용기를 냈죠."

2003년 대학로 컬트홀에서 코미디를 시작했다. 코미디는 처음이라 단역부터 새로 시작했다. '리마리오'라는 이름도 그때 지었다. "인기 비디오게임 '슈퍼마리오'에서 '마리오'를 따오고 성(姓) '이'를 붙여 만든 이름이에요. 이번에 '느끼남'으로 뜨는 데도 이름 덕이 컸죠."

'웃찾사'엔 컬투 정찬우의 추천으로 들어갔다. "사실 지난해 가을 KBS '폭소클럽'에 먼저 찾아갔어요. 재미있다면서도 망설이는 기색이더라고요. 12월에 보자는 바람에 SBS '웃찾사'로 갔죠. '웃찾사'에서도 신인 혼자 내세우기는 불안하다고 해서 찬우형이 나오는 '비둘기 합창단'에 '랭보 정' 동생으로 합류했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따낸 리마리오는 첫 출연에서 대박을 떠뜨렸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다. 그동안 CF도 찍고, 잦은 찬조 출연과 행사 사회로 "웬만한 유명 연예인들만큼" 돈도 벌었다.

하지만 그는 "화려한 연예인으로 살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프랑스 파리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못지 않은, 수준 높은 무대를 만드는 '아티스트'로 남고 싶다"는 그의 '본능'은 인기로도, 돈으로도 꺾기 힘들 듯하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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