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무색…잇따른 존속살인|올 들어 서울서만 4건이나 발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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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이 어린 아들이 아버지를 무참히 살해, 유기한 사건이 발생해 「가정의 달」에 경종이 되고 있다. 편부슬하에서 자란 패륜아는 아버지가 주벽이 심하고 학업을 중단하라며 매까지 때려 격분한 나머지 범행했다고 말하고있으나 막노동 일로 아들을 키워온 아버지는 아들이 공부는 않고 여자친구들과 어울려 매질을 하다 참변을 당한 것이다. 이 같은 존속살인사건은 올 들어서만도 서울에서 4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각계에서는 사랑으로 가득차야 할 가정이 각박한 사회와 결손가정으로 빚어진 애정의 고갈로 일어난 범죄라고 지적, 이 사건을 계기로 가정에 대한 관심과 가족구성원의 보다 알뜰한 역할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하오10시쯤 서울 목1동 백명현씨(40) 집 건넌방에 세든 유복성씨(50)의 차남(17·Y공고 2년)이 아버지 유씨를 숫돌과 쇠망치로 머리를 때려 숨지게 했다.
유군은 숨진 아버지를 쇠줄과 부엌칼로 잘라 집에서 1백50m쯤 떨어진 안양천변에 묻어두고 집에 있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유군을 존속살해혐의로 입건하고 유군의 방과 부엌에서 범행에 사용된 망치·숫돌·쇠톱·부엌칼 등을 찾아내 증거물로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군은 이날 밤 술에 만취돼 들어온 아버지가 『등록금을 줄 수 없으니 학교를 그만 두라』 『책은 모두 불태워버리라』며 마구 때려 이에 격분,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유군은 범행 후 아버지의 사체를 유기하고 방안에 있다 놀러온 친구 이모군(17·K고교2년)이 방안에 핏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 통장 백신웅씨(43)에게 알려 경찰에 신고, 붙잡혔다.
유군은 경찰에서 평소 주벽이 심한 아버지가 구박을 해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아 범행했다고 했다.
유군은 79년 국민학교 6년 때 어머니가 고혈압으로 숨졌고 형(22)은 남의 집에 양자로가 노동을 하는 아버지와 함께 3년 전부터 보증금5만원, 월3만원의 셋방에서 어려운 생활을 해왔다.
유군은 서울시내에서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으며 학교성적은 1백20명중에 50등으로 나쁜 편이었다.
유군은 어머니가 숨진 뒤 중학교1학년 때부터 혼자서 밥을 짓고 빨래를 하는 등 집안 일을 도맡아왔으며 평소 내성적인 성격에 교우관계가 활발하지 못하고 성실성도 부족해 학교에서는 생활지도중점대상 학생으로 꼽혀왔다.
숨진 유씨는 낙창동 S유리회사의 공원으로 있다 그만두고 최근 성남에 있는 공장등을 전전하며 막노동으로 아들의 학비를 보태왔으나 유군이 여자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는 등 공부를 않는다고 이웃 주민들에게 걱정을 해왔다는 것.
▲2월7일 하오 11시50분쯤 서울 불광1동산42 송규범씨(66)가 아들 창환씨(43)에게 목이 졸려 숨졌다. 창환씨는 아버지가 술과 도박에 빠져 어미니(64)가 정신이상이 되어 가출까지 했으며 사건 당일도 아버지 송씨가 소주3병을 마시고 새마을취로사업장에도 나가지 않는데 격분, 순간적으로 목을 졸라 죽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종암경찰서에서 검거한 임모군(17)은 아버지 임금선씨(47)가 주벽이 심한데다 지금까지 술로 가산을 탕진한데 반발,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지난2월18일 하오11시20분쯤 서울신공덕동 노용숙씨(45)의 장남(17)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아버지가 돈도 못벌면서 식구들만 괴롭힌다며 행패를 부리다 30cm가량의 부엌칼로 노씨를 마구 찔러 숨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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