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식단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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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주문식단제를 실시한다는 정부의 방침을 들은 얼마 뒤 한 전문음식점을 찾은 적이 있다. 시범업소인지 이곳은 주문식단제란 안내판과 함께 반찬종류가 여러 개 있고 3백∼5백원씩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그러나 음식을 들고 나오면서 결국 종전가격에 김치가격을 따로 지불해야만했다. 주문식단제를 실시한다하더라도 종전에 서비스하던 반찬은 전에 음식값서 빼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주문식단제에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
나도 물론 주문식단제는 음식을 위생적으로 처리하고 또 알맞는 양만 선택해 먹을 수 있다는 면에서 특히 음식 양이 적은 여성들에게는 좋은 제도라 생각한다. 문제는 실시에 따른 이런 부작용들인데 우리도 이제는 올림픽을 서울에 유치하는 등 국제사회로 넓게 발돋음 하고 있으므로 하루빨리 상도덕을 수립, 이런 약삭빠른 영리행위는 없어졌으면 바란다.
정덕순 <경기도 송탄시 신창2동 오리온아파트 c동 106호>
옛말에『양고기 국이 비록 맛은 좋으나 열 사람의 입을 고루 맞추기 어렵다』는 말도 있듯이 음식은 개인의 식성과 기호에 따라 달라 구미에 맞지 않는 음식은 결국 버리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음식을 필요한 양만큼 기호에 따라 선택해 먹자는 주문식단제는 음식의 낭비를 막자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여기서 우려되는 것은 이 제도실시를 빙자해 결국 식당업주가 음식값만 올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면이다. 따라서 음식점경영자들은 이런 일반의 우려를 씻기 위해서라도 고급요리 보다는 정성이 짓게 밴 음식을 손님에게 서비스하고 동시에 이 기회에 몇 가지 획일화된 반찬가지수를 벗어나 새로운 음식(반찬)개발에도 힘썼으면 바란다.
진상용 <수원시 영화동 441의 9>
요식업에 종사하는 한사람이다. 주문식단제가 7월부터 6대도시로부터 시작, 점차 확대할 방침이라는 사실은 이미 매스컴을 통해 발표된 바 있다. 식생활개선과 또 위생적인 면에서 획기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주문식단제 실시에 앞서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당국에서는 일차적으로 시범업소를 정해 얼마간 실시를 해본바있다.
당국의 배려로 시범업소를 방문해 업주에게 실시 결과를 문의했더니 아직도 주문식단제를 어떻게 해야할지 자세히 모르겠다는 답변이었다. 당국에서는 업주나 국민모두가 주문식단제 실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우선 사전 지도와 계몽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박진배 <서울 성동구 금호 3가 10의 10>
주문식단제 실시에서 가장 문제는 음식점 경영자에게 있는 것 같다. 손님이야 같은 값이라면 기호에 알맞게, 또 위생적으로 음식을 서비스 받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음식점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의 반찬을 구비하기에 그만큼 노력이 들고 또 서비스에도 시간이 걸린다.
특히 시내중심가에서는 점심시간이면 먹기가 바쁘게 손님을 내몰다시피하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그런데 주문식단제를 실시한다면 아무래도 식사시간은 길어지고 결과적으로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손님을 줄여 매상이 떨어지게 되므로 음식점 측에서는 여간 고역이 아닐 것이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제도가 시행되려다 흐지부지된 것도 이 때문이라 여겨진다.
장재석 <경기도 시흥군 과천면 주공아파트>
오는 7월1일부터 전국 6대도시에서 실시될 주문식단제는 우리국민의 식생활에 많은 이점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손님의 입장에서 선택권을 가짐으로써 젓가락 한번 대지 않고 물리게되는 음식의 낭비를 막을 수 있으며 식당의 입장에서는 반찬을 담고 나르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먹다 남은 반찬이 다른 손님의 식탁에 오르게되는 폐단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대되는 점은 전통적으로 음식의 양, 반찬의 가짓수의 다과에 따라 손님 접대의 질을 따지곤 하는 우리네 식생활의 습관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김병준<서울 관악구 신림1동 난우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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