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나날속에 잊혀져가는 어릴적 스승의 은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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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해마다 5월이 오면 「어버이 날」이 있고 「스승의 날」이 있어서인지 불현듯 잊어버렸던 몇가지 일들을 당황해하며 머리에 떠올리기도 하고, 황당해 하기도 한다.
바쁜 나날, 바쁜 현대인들이라는 것을 핑계로하여 도대체 가치가 전도되어가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무엇이 더 중요하고, 가치가 있으며 무엇무엇만은 잊지 말고, 상위권에 두고 유념하면서 살아야하는지조차 분간하지 못하고 그날그날 발등의 불만 끄면서 살아가고 있는 나날임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나마 감격과 지혜를 깨우쳐주셨던 지난날의 스승의 자태를 가슴깊이 안고 절대로 잊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던 그분의 함자까지도 가물가물 잊혀져가고 있는 나날임을 어쩌랴?
사실은 우리생활속에서 교육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일정한 연령이 되면 우리는 자녀들을 학교와 스승에게 맡기게 된다.
학교나 스승도 「교육」을 받고 남의귀한 자녀들을 「교육시키기」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다면 분명히 스승은 학교에서 부모, 혹은 가부장의 구실을 명실상부하게 되는 것이며 부모 또한 가정에서 부모이자 스승의 역할까지 해야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과 스승·학부모의 돌이킬수 없는, 부정할 수 없는 연관관계라고 할까? 보다 역동적인 삼각관계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스승과 부모와 학생의 관계, 일등가는 학생, 최상급의 학생을 만드는데는, 첫째는 본인의 노력이겠으나 「훌륭한 부모」와 「훌륭한 스승」의 헌신적인 힘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관계로, 학부모와 스승의 관계를 비유한 분도 있지만 이말을 달리 뒤집어보면 「철저한 신뢰의 관계」임을 말하기도 할것이다.
「교사에게 회초리를 맡겨놓고도 마음을 놓을수 있는 풍토가 되어야 한다」고 어느 교육전문가는 피력하고 있다.
『진정으로 교육을 위해서라면 애지중지 기른 자녀에게 회초리를 휘두른다고 원망할 학부형도 없을 것이다』고 어느 학부형은 신뢰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나도 가슴속에 몇몇 존경하는 스승을 모시고 살고 있다.
내 가슴속의 스승이란 지난날 내성장의 시절에 한마디의 따뜻한 말씀과 부드러운 표정으로 슬픔을 쓰다듬어 주셨거나 의기소침해 있을때 용기를 주신 분들의 모습이기도 하고 또 문학 작품속에 등장하고 있는 한 강렬한 스승의 인상이기도 하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어느 한분 스승에 의해서 또는 어느 유명한 예술작품의 향기에 의해서 인생의 전기를 마련하고 평생토록 몸바칠 전공을 결정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분들의 한마디나 그분들의 반짝이는 암시나 예감으로 한인간의 일생이 결정지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금년에도 스승의 날에 내 지난날 스승들께서는 지금 어디쯤에서 분필가루를 날리고 계신지 망연하지만, 내자녀들의 스승에게라도 따뜻한 인사의 말 한마디쯤을 잊지 않고 대신함으로써 내 부족함을 보상받아볼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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