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직장 여성들에 우울증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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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결혼적령기를 넘긴 사무직여성들과 주부들의 불안 및 우울 증세에 대한 정신상담이 날로 증가추세에 있다.
특히 정신상담에 응한 대부분의 주부들이 자신의 불안 및 우울증으로 가족전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해 심각성을 더해준다.
개실 3주년을 맞이한 영등포 YMCA정신건강상담실에 호소해온 이들의 상담사례와 그 대책을 살펴보면-.
최정옥씨(주부·42·서울 영등포구 당산동)는 요즘들어 부쩍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되고 손발이 자꾸 떨린다면서 어디가 특별히 아프다기보다는 살고 싶다는 의욕이 없어진다고 했다.
최씨는 자신이 실망을 자주 느끼게 되니까 자연히 아이들이 귀찮아지고 남편도 타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이 얘기를 걸어주지 않거나 남편에게 걸려오는 여자 전화 하나에도 신경이 쓰여 집안청소는 물론 식사준비 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최씨는 자신이 이처럼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어느 누구하나 세심한 배려를 해주지 않아 가출을 결심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이경애씨(29·서울 영등포구 양평동·회사원)는 회사 안에서 두 번째로 고참인 자신에 대해 상사들은 나가주었으면 하는 눈치고, 나이 어린 동료들과 집안에서는 시집안가느냐고 재촉을 해 늘 자신은 따돌림당한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했다.
이씨 생각에는 어느 누구한테나 성심껏 봉사했고 자신의 일도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하나 능력을 인정해 주지 않음은 물론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고 있어 자살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와같이 주부 및 직장여성들의 고민은 대부분 주부의 경우 부부문제로, 직장여성의 경우는 대인관계로 유발되는 자아 갈등이 가장 일반적인 정신문제로 부각된다.
80년부터 83년 4월말까지 영등포 YMCA 정신건강상담실을 찾아온 8백 11명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도 바로 부부문제(19.6%)와 대인관계(17.3%). 21∼25세까지의 미혼여성들이 이성문제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에 비해 26∼30세의 여성들은 대인관계에, 31∼40세의 주부들은 부부문제로 비롯된 심각한 정신적 증세를 상담하고 있다.
정신상담을 맡아온 이승?씨는 직장여성의 경우는 친한 친구에게 배신감을 느낀 경우가 우울증을 유발하는 계기가 되며, 주부들은 소극적인 성격이면서 남편과 자식에 대한 기대가 클 때 그 증세가 심각한 것 같다고 지적한다.
박종철 박사(신경정신과)는 현대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항상 긴장속에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불안이 증대된다고 전제, 종교에 지나치게 열중하는 일부 현상도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도피처로 파생되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최박사는 「왜 불안하고 우울해지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본질을 파악한 다음, 주부의 경우는 특히 모든 가족이 나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신뢰감과 애정을 확신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육 상 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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