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깊이보기:2000년 이후 한국 음악시장

디지털 저작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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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영화의 경우는 말할 나위도 없다. 영화관을 찾는 대신 뛰어난 홈시어터를 갖춘 가정에서 불법 영상물을 보는 이용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파일 크기가 작아 복제.전송이 특히 용이한 음악의 P2P 파일 공유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5년 전 시작한 법적 분쟁이 깔끔하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권리자들은 P2P 파일 공유 서비스업자를 상대로 한 법적 공방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홀가분해 보이지는 않는다.

권리자의 한 축을 이루는 음반사를 상대로 한 네티즌의 공격은 집요하다.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지 못하면서 욕심만 크다느니, 가수를 '노예 계약'을 통해 착취한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상당 부분 수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파일 공유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아니다.

정부는 음원 권리자에게 배타적 전송권을 부여하고 기술적 보호조치(DRM) 무력화를 금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저작권법 개정을 마무리한 바 있다.

문제는 시장참여자들의 노력이다. 권리자들은 현존하는 다양한 영업 모델에 적용할 DRM 기술을 개발하거나 개발된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 표준을 만들어내는 등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불법적 이용 형태와 합법적 이용 형태를 판별해, 후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이용 허락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즉, P2P 파일 공유가 불법적 이용이라는 데 대해 사회적 합의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P2P 네트워크에 있는 파일은 대개 개별 이용자가 직접 파일변환을 통해 올려놓은 것이 아니다. 설령 자신이 파일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서는 안 된다. 그러한 권리는 법적으로 인정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 종이책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면 본인은 그 책을 즐길 방법이 없다. 본인이 필요하다면 그 책을 다시 구매해야 한다. 이것은 자본주의 시장의 원리이자 상식에 속하는 문제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무시되기 일쑤인 이러한 시장의 원리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디지털 저작권 논쟁은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

P2P 서비스업자는 파일공유를 통해 수입을 거두고 있다. 또 자신이 파일공유에 일정한 통제를 할 수 있으면서도 방관하는 것이므로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최경수.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