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창구서 거액수표 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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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9일 하오3시35분쯤 서울 남대문로2가59의5 서울신탁은행 본점에서 50대 남자가 액면 7천2백만원짜리 자기앞 수표1장을 훔쳐 발행은행인 한국산업은행 본점에서 3천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달아났다. 범인은 수표를 훔친 직후 길건너 50m쯤 떨어진 산업은행 금융채권부로 달려가 10여분만에 현금을 인출하고 나머지 4천2백만원을 자기앞수표로 끊어 달아났는데 이 수표는 29일 하오7시쯤 서울 소공동 태양빌딩앞에서 이범우씨(42·경남개발진흥이사)가 주워 서대문경찰서 서소문파출소에 신고했다.
이 수표는 산업은행 섬유사업부에서 경기도 부천 경기화학에 기계제작자금으로 송금하려던 것으로 박종희씨(22·산업은행 본점 섬유사업부직원)가 서울 신탁은행 부천지점에 온라인으로 송금하려던 것이었다.
경찰은 은행주변에서 전문으로 돈을 날치기하는 범인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중이나 은행내부의 공모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수표날치기>
이날 하오2시30분쯤 행원 박씨가 산업은행 본점 영업과에서 1억8천3백만원의 자기앞수표 3장을 끊어 조흥은행 을지로지점에서 8천4백만원을, 중소기업은행 본점에서 2천7백만원을 입금시킨 다음 서울신탁은행 본점에 가 영업1부 온라인창구 앞에서 7천2백만원의 임금전표를 작성, 전표와 수표를 창구 유리칸막이 안에 밀어넣고 5분정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45∼50세가량 남자가 다가와 『뒤로 물러앉아 있으라』고 해 은행 안내원으로 생각, 3m쯤 뒤 소파에 옮겨앉아 기다렸다는것.
박씨는 잠시후 창구를 살펴보고 수표가 보이지 않아 입금처리된 것으로 생각하고 10분쯤 기다렸으나 입금확인전표를 내주지않아 창구행원에 확인한 결과 『수표를 받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놀라 20여분동안 확인소동을 보였다. 박씨는 분실한 것으로 판단, 본점영업과에 전화로 확인한 결과 범인이 이미 현금 3천만원과 수표 4천2백만원을 받아간 사실을 알았다는 것.

<현금인출>
도난수표를 제시받았던 산업은행 본점 금융채권부행원 심종업씨(26·여)에 따르면 이날 하오3시45분쯤 45∼50세 가량 남자가 수표를 제시하고 『4천2백만원을 자기앞수표로, 나머지는 현금으로 달라』고 해 수표번호와 날짜를 원장과 대조한뒤 임금표를 만들어 담당대리의 결재를 받아 출납반 박흥정주임(28)에게 돌렸다는것. 심씨는 이 남자가 『노사문제가 있으니 급하다. 차가 밖에서 기다리니 빨리 해달라』고 독촉해 서둘러 결재를 맡은뒤 『1번창구로 가라』고 알려주었다는 것.
출납반 주임 박씨는 이 남자에게 『고액권이 없으니 수표로 가져가라』고 권했으나 이 남자는 『종업원임금이니 부피가 많아도 현금으로 달라』고 했다는 것.
박씨가 1만원권으로 1천만원, 1천원권으로 2천만원을 내주자 이 남자는 보자기를 꺼내 싸려 했으나 부피가 커 박씨가 은행용 마대를 갖다주자 그대로 담아 돌아갔다.
박주임은 ▲자기은행 발행수표가 당일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수표뒷면에 정확하게 이서가 되어있고 ▲섬유화학부에서 문제의 자기앞수표를 신탁은행에 입금시킨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없이 돈을 내주었으며 10분쯤 후에 수표를 분실한 박종희씨의 전화연락을 받고 사고를 알았다고 말했다.
범인은 수표뒷면에 「흥인문로5가179 대종기업 박창규」라고 이서하고 나무도장을 찍었는데 확인결과 대종기업이란 회사는 있으나 주소지와 사용자 이름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범인인상>
범인의 인상착의는 45∼50세 가량의 나이에 키1백65cm, 몸은 땅땅한 편이며 베이지색에 흰줄무늬 신사복을 입고 있었으며 서울말씨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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