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전경 복무시절 고환 부상…국가유공자 인정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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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행정9부(부장 이종석)는 23년 전 시위대를 진압하다 고환을 다친 A(43)씨가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며 서울남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1992년 5월 전투경찰대원으로 복무하던 중 투입된 시위 현장에서 부상을 당했다. 한 시위자가 넘어져 있던 A씨를 쇠파이프로 내려치면서 좌측 고환을 다친 것이다. A씨는 고환파열과 출혈 등으로 수술을 받은 뒤 통증 치료를 받다 퇴원했고 1년여 뒤 전역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6월 병원에서 뒤늦게 “좌측 고환이 위축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전경 복무시절 다쳐 고환이 위축됐다”며 보훈청에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보훈청은 “전역한 뒤 고환 관련 진료를 받은 내역이 없고 복무시절 부상과 현재의 고환 위축 진단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보훈청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전경으로 공무를 수행하던 중 고환 파열 등의 부상을 입었고 그 후유증으로 고환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직무 연관성을 인정했다. 또 “전문가가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고 그외 수축이 발생할 다른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고환 위축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6조 4에 따른 상이등급에 해당하는지는 보훈청에서 추가로 심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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