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아버지가 세운 코스 레코드, 아들이 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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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드디어 해냈구나.""운이 좋았어요."

아버지가 아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들도 아버지를 얼싸안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5일 부산 금정구 동래베네스트 골프장에서 열린 회원 친선 골프대회. 골프장 개장 34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이날 대회에서 김태성(52.자영업.(右))씨가 67타(5언더파)로 코스 레코드를 경신했다. 김씨의 이날 성적은 자신의 아버지 김정규(73.(左))씨가 1985년 작성한 코스 레코드(68타)를 20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어서 더욱 화제가 됐다.

"화창한 날씨 속에 부담없이 즐기려고 했을 뿐인데 의외로 성적이 좋았어요. 기록도 기록이지만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대기록을 다른 사람이 아닌 제가 깨게 돼서 무척 기쁩니다."

김씨는 이날 버디 6개에 보기 1개를 기록했다. 16번 홀까지 아버지의 기록과 같았으나 17번 홀(파3)에서 티샷을 핀 가까이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내 기록 경신에 성공했다.

"아버지가 오래 전에 코스 레코드를 세운 것은 알고 있었지요. 그렇지만 오늘 특별히 기록 경신을 의식하지는 않았습니다. 라운드를 마친 뒤 주위에서 코스 레코드를 경신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더군요."

김씨는 88년 35세 때 처음으로 골프클럽을 잡았다. 50세가 넘은 요즘에도 드라이브샷을 260~270m나 날리는 장타자다. 몇 년 전엔 거리가 500m나 되는 파5의 4번 홀에서 알바트로스(기준 타수보다 3타가 적은 것)를 하기도 했다. 세컨드 샷이 그대로 컵 속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이 골프장 34년 역사상 4번 홀에서의 알바트로스 기록은 김씨가 유일하다. 2001년 클럽 챔피언이기도 한 김씨의 핸디캡은 3. 이 골프장 창립 회원인 아버지 김씨 역시 73년과 85년, 91년 등 세 차례에 걸쳐 클럽 챔피언을 지냈다.

동래베네스트 골프장 이현종 지배인은 "대부분 아마추어들이 화이트 티잉 그라운드를 쓰지만 김씨는 챔피언 티잉 그라운드에서 코스 레코드를 경신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웬만한 프로골퍼들도 세우기 힘든 기록"이라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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