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작년에도 '이석기 회사'에 5억 몰아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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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본청 2층에 있는 옛 통합진보당 원내대표실이 비어 있다. 국회사무처는 통진당에 지난달 25일까지 사무실을 비우라고 통보했다. [뉴시스]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재산은 사실상 ‘0’이었다. 국고로 환수할 수 있는 재산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옛 통진당과 당 소속 전 의원들로부터 제출받은 회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8일 선관위에 따르면 통진당의 잔여재산(국고보조금+정당후원금+이월금 등)은 2014년 현재 2억6826만2669원이다. 하지만 실제로 돈이 남아 있는 게 아니라 당 정책연구소(진보정책연구원)가 가진 채권(2억5589만2108원) 형태다. 선관위 측은 “나머지 1237만원도 청산비용 등을 빼면 실제 국고에 귀속되는 돈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통진당의 주요 지출내역은 ▶인건비 18억7805만원 ▶채권상환 10억5000만원 ▶씨앤커뮤니케이션과 관련사 4억여원 ▶정당해산 관련 비용 2억2000여만원 등이었다.

 주목되는 건 통진당이 이석기 전 의원이 대표로 있었던 ‘씨앤커뮤니케이션’의 관련사 ‘문화기획상상’ ‘사회동향연구소’ ‘씨앤커뮤니케이션즈’에 4억여원을 썼다는 점이다. 문화기획상상에 2억1200여만원, 씨앤커뮤니케이션즈에 1억7000여만원, 사회동향연구소에 2400여만원을 썼다. 대부분 정당 활동 기획이나 정당해산 관련 홍보물 제작의 명목이었다. 통진당과 별도로 정당 부설 연구소인 진보정책연구원이 사회동향연구소와 씨앤커뮤니케이션즈에 93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려준 것까지 포함하면 5억원 가까운 돈이 씨앤커뮤니케이션 계열사로 몰렸다.

 통진당은 2012년 총선 때도 씨앤커뮤니케이션에 12억여원에 달하는 선거 기획·홍보 관련 일감을 몰아줬다. 통진당 부정경선 사태 당시 이런 사실이 드러나 강한 비판을 받았음에도 일감 몰아주기가 해산 직전까지 계속된 셈이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18일 통진당은 ‘인권문화제 행사비용’ 명목으로 문화기획상상에 1995만4000원을 지급했다. 같은 날 사회동향연구소엔 ‘동시당직선거 ARS 투표 시스템 구축’ 명목으로 352만원을 입금했다. 진보정책연구원에선 정당해산을 앞둔 12월 9일 정책연구위원에게 특별상여금 4081만원을 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중앙일보 2014년 12월 31일자 12면>

 정당해산을 염두에 두고 이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만들려는 듯한 움직임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6일엔 ‘세계헌법재판회의 제3차 총회 관련 홍보자료 등 영문자료 제작 용역’ 비용으로 382만4000원을 지출했다. 해산 결정 이틀 전인 17일 헌법재판소에서의 최후변론과 이정희 전 당대표의 진술을 영어와 일어로 번역하는 데 92만5000원을 썼다.

 통진당은 2013년에 비해 지난해 인건비로 약 4억9500만원을 더 지급했다. 밀린 인건비를 주는 데 4억100여만원을 쓰고 퇴직금 중간정산 명목으로 2900만원을 썼다.

 선관위는 2월 6일까지 ‘정치자금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회계보고서에 대한 실사에 나선다. 23일까지는 잔여재산의 국고귀속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정종문·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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