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공산구가도 "사상보다는 장사"|영자박힌 T셔츠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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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련을 비롯한 동구에서 블루진등 서방세계물건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비싼값에 거래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제는 영문자가. 인쇄된 T셔츠와 쇼핑백이 크게 유행, 동구의 위검자들은 「사상적 타락행위」 이자 서방의 「사회주의 이념 파괴공작」 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최근 체코술로바키아의공산당 기관지인 주간신문 르리부나는 많은 사람들이「제국주의국가의 상징」들로 온몸을 치장하고 돌아다니는 예를 들어가며 공산주의 생활풍습과 도덕이 좀먹어 들고 있음을 개탄했다.
「비행기 내부를 한번도 구경해보지 못한 여자가 전차간에 「PANAM」이란 글자가 크게 박힌 쇼핑백을 자랑스래 들고 있는가 하면 아이가둘씩이나 딸린 기혼여자가 「미스 디오르」쇼핑백을 들고다닌다』는등 트리부나지는 비양거리는 투로 꼬집고있다.
또 어떤 소년은「옥스퍼드유니버시티」 글자가 박힌 T셔츠를 입고있으면서 옥스퍼드가 어느나라에 있느냐는 물음에 『그먀 물론 미국에 있는게아니냐』 고 대답하기도했다. 체코당국의 걱정은 이런 현상이 일부「몰지각 한 시민들에게만 나타나는게 아니라 지도적 위치에 있어야할 공산당 당원이나 간부들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대 있다.』
집권층이 걱정하는것은「얼핏보아 아무렇지도 않은」 이런 현상이 실상은 서방자본주의 장사꾼들 선전용 대신해주고 결국은 알게모르게 국민들로 하여금「타락한 서방문물」이 젖어들게 함으로써 체제의 사상적 토대를 약화시킨다는데 있음은 물론이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미-소 간에 쟁점이 되고있는 중거리 핵무기의 유럽배치와 결부시켜 국민들을 계몽하려는 의도다.
『미국이 우리를 겨냥해 핵미사일을 배치하려는것을 잘 알면서도 미국국기뿐 아니라 「US 파일럿」 이라는 글자가 큼직하게 인쇄된 T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것은 단순한정치적 무감각으로 보아넘길수는 없지않느냐』는 태도다.
그러나 이런 계몽운동이 실제 정책집행과는 모순되고 있는게 문제다. 자본주의의 앞잡이인 T셔츠등 이 서방에서 흘러 들어오는게 아니고 「사상보다는 장사(생산)실적에 더 관심이 많은」 체코의 국영기업체에서 스스로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셔츠뿐 아니라 화장품도 소비자기호에 맞추어 프랑스나 미국식의 이름을 만들어 팔면서 이런「사상무장」운동의 실효를 기대하기는 쉽지않을 것같다.
【본=김동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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