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낮으면 프로그램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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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지상파 방송사들이 외주제작 표준계약서에 프로그램 시청률이 저조할 경우 일방적으로 제작을 중지시킬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청률과 제작비를 연동한다는 내용까지 있었다. 외주제작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시청률 경쟁이 불가피한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은 26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방송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런 내용의 계약서를 공개하고 "불공정 행위를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노의원은 "A방송의 경우 '방송사는 제작 편수의 완료 전에도 외주사에 대해 프로그램의 제작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그 근거 중 하나로 '프로그램 시청률이 당초 예상보다 저조해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고 적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서에 '예상보다 저조해'의 구체적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다.

그는 또 "B방송의 경우 '외주사가 납품한 프로그램이 상호간에 합의한 최저 시청률보다 낮을 경우 사전에 통보하고 프로그램 제작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돼 있다"고 덧붙였다. 확인 결과 A방송은 MBC, B방송은 SBS였다. 특히 SBS의 경우 프로그램 제작비를 회별 시청률(18% 미만, 18~23%, 23% 이상)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는 조항도 두고 있었다. KBS의 경우 이처럼 노골적이진 않았지만 '편성상 부득이한 사정으로 계약의 유지가 어려운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

이와 관련, 노의원은 "불공정 계약에 따라 외주사는 시청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선정성과 가학성을 선도하고, 피해는 출연진이나 시청자들이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MBC 드라마 '사랑찬가'(사진)처럼 드라마 '조기종영' 논란이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시청률에 따라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외주사는 불법적인 간접광고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작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 의원은 "방송협회가 표준계약서안을 만들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받아 확정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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