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사퇴" 으름장에 '박세일 카드' 잠시 접은 김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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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최고위원

새해 벽두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고민이 깊다.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카드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지난해 말 서청원 최고위원의 반대로 최고위원회의 인준을 통과하지 못한 데 이어 6일엔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세 차례나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전 이사장을 여연 원장에 임명하려는 데 대해 “구시대적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친박계가 박 전 이사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 등 친박인사들과의 구원(舊怨) 때문이다. 2005년 세종시 수정안 논란 때 당시 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을 반대해 당을 떠난 데다 2012년 총선 당시 ‘국민생각’을 창당해 총선에 뛰어든 것 등이다. 그러나 친박계의 반대는 구원만 작용한 게 아니다. 내년 총선 공천의 중요한 잣대가 될 여론조사에서 여연 원장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의심이 더 크다. 홍 의원은 “여론조사는 배경과 틀에 따라 특정집단에 상당히 불리할 수 있다”며 “그 틀을 만드는 데 당 대표와 여연 원장이 중요하다. 김 대표나 박 전 이사장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이미 공천과 관련된 여론조사는 외주로 진행하고 있어 여연 원장의 역할은 없다”며 “여론조사를 문제 삼아 박 전 이사장을 반대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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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친박 인사들의 반대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는 데 있다. 서 최고위원은 최근 지인들과의 신년인사회에서 “김 대표가 박 전 이사장을 밀어붙이면 최고위원직을 던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정원은 7명(당연직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제외)이다. 5명은 선출직, 2명은 지명직이다. 현재 지명직 한 자리가 공석이어서 6명이다. 그런 만큼 3명이 사퇴하면 정원의 과반(4명)에 못 미친다. 이럴 경우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 당 대표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셈이다. 김 대표 측은 “이런저런 이유로 박 전 이사장 임명을 걱정하는 최고위원은 있지만 집단 사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당분간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연 원장 임명 건을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시간을 갖고 설득하겠다는 생각이란 것이다. 이는 역으로 ‘박세일 카드’를 아직 접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박 전 이사장에 대해 “정치적 감각이 있고 세련된 보수로서 보수 싱크탱크의 리더로 적합한 인물”이라고 주장한 일이 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이런 의지는 당내 반대자들의 벽을 뚫기엔 역부족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초선 의원조차 “박 전 이사장이 ‘개혁’이라며 의원들과 정부 정책을 공격하면 박 대통령을 흔드는 것처럼 비칠 것”이라며 “김 대표가 괜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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