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당 진의종 대표위원 등장의 의미 국회출입기자 방담|「의전」-「실무」 분리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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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랫동안 무성한 하마평 속에 혼미를 거듭하던 민정당 당직개편이 진의종 대표위원의 임명으로 일단 큰 방향은 정해졌습니다.
하위 당직과 국회직까지 개편되려면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치적으로 큰 뜻은 없으리라 봅니다. 우선 진대표 등장의 의미부터 분석해 봅시다.
-전임 이재형 대표가 당의 「얼굴」과 「머리」 두 역할을 모두 하려했다면 진대표의 기용은 「얼굴」면에 더 치중한 인사라고 봐야죠.
-대표위원의 기능이 의전적 측면에 더 비중을 두게 될 가능성이 크죠.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유임될 권익현 사무총장·이종찬 총무를 비롯한 당3역 중심의 운영체제가 강화되겠군요.
-당3역의 역할증대를 흔히 전두환 총재의 친정체제강화라고 해석하지요. 비단 민정당 뿐만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 내각의 운영도 큰 흐름으로 봐서 친정이 강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의전적 면에 더 치중한 듯>
-85년 총선거준비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 민정당으로서는 총재의 뜻이 당 운영에 더 강하게, 더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팀을 짜야 할 형편이죠.
-진대표의 등장을 바로 친정체제의 강화로 해석하는 것은 전임 이대표가 해온 역할에 대한 반사적 해석 같기도 하군요.
-그렇죠. 이전대표는 창당 초기부터 노련한 경험을 토대로 챙겨야 할 일을 비교적 철저하게 챙겼었죠. 실제 신인들로 구성된 정당에서 그의 이 같은 역할이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그 때는 챙겨야할 일이 많았지만 이젠 상황이 다소 바뀌었어요. 이제 와서는 「챙기는」 기능이 덜 필요해진 거죠.
오히려 실무는 주도멤버가 충분히 맡을 수 있다는 자신 같은 게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험 있는 중진은 자연 당의 「얼굴」로 당내 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맡는 게 좋다는 얘기입니다.
-채문직·윤길중의원 등 하마평에 올랐던 다른 노장의원들을 제치고 굳이 진대표가 발탁된 이유는 뭘까요.
-우선 진대표의 원만한 대야관계, 야당 출신이면서 한번도 어느 계파에 속하지 않았던 탈파벌적 정치경력 등이 평가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전대표 퇴진설은 오래>
-그는 과거 야당생활을 해오는 동안 대체로 대안 있는 정책비판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죠.
-장관·국영기업체 임원·야당·여당을 두루 거쳐온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누구에게나 저항이나 부담을 별로 주지 않는 사람입니다.
위나 아래나 어느 쪽도 불편하지 않게 하는 장점이 최대한 평가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일정한 자격만 갖춘 사람이면 누구나 발탁해 써보겠다는 전대통령 특유의 인사운영 스타일을 지적할 수 있겠죠.
-이대표의 퇴진방침은 꽤 오래 전부터 서 있었던 게 아닙니까. 일설에는 작년 5월 이·장 사건 후 당직개편을 할 때부터 멀지 않아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리란 말이 있었죠. 그 때 이대표와 권전총장과의 불화는 잘 알려진 사실이고, 이것이 중간보스를 인정치 않고 당내 인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전총재의 지도노선에 벗어났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진 당내 기용, 지역구 우선, 명망 있는 중진 중에서 고른다는 인선원칙에 맞춰보면 진대표가 떠올랐겠죠.
-그러나 사람 찾기가 상당히 어려웠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보면 진대표는 가장 적임자라기 보다는 가장 흠이 없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죠.
-다음 총선·공천문제를 생각하면 이제야말로 총재의 뜻을 받든 주도멤버의 의지가 1백% 반영되어야 할 시점인데 진대표는 가장 부담이 안될 인물이라고 볼 수 있죠. 인화·대야이미지도 괜찮은 편이고….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요직은 전당대회 이후에 발표될 전망입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임기가 남아있고, 그사이 상임위가 열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국회직까지 인사로 흔들어 놓으면 전당대회의 분위기를 해칠 우려도 있으니까요.

<상임위장은 지역구 중심>
-국회의장은 채문직 부의장과 윤길중의원이 가장 유력시되는데 일장일단이 있다고 보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이 정·부의장을 나란히 할 수도 있습니다. 이밖에 부의장으로는 권정달·김식의원과 박동진 외무위원장도 거명되고 있습니다.
-상임위원장은 △지역구 우선 △이종찬 총무를 제외한 전원교체가 정설입니다. 지역안배도 중요 기준 중 하나인데 여기에 맞추느라 일부 현 위원장이 상임위를 바꾸어 앉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상임위원장을 지역구 중심으로 대폭 교체하는 것도 다음 총선에 대비한 득표기반의 공고화에 목적이 있습니다.
-아뭏든 11대 후반부는 국회쪽 보다는 당 중심의 정국운영이 대세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번 개편과정을 보면 보안 하나는 철저하더군요. 21일 아침 발표 2시간 전까지도 당 간부 대부분이 발표자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은 권총장 등 극소수에 불과했던 것 같아요.
-신임 진대표에게 통고된 것도 하루 전 정도라고들 하더군요.
-민정당 쪽에서는 퇴임하는 이대표의 예우에 상당히 신경을 쓴 것 같아요. 그래서 이대표 입을 통해 후임자 추천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21일의 당직자회의, 그리고 중집위를 주재하고 저녁 때 열린 당정정책조정회의에도 나가고 22일의 신임대표위원 임명장 수여식에도 이대표가 배석, 예전에 퇴임자들이 달아나듯이 떠나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에요.
-당이나 고위층에서는 최대한의 예를 갖추어 기분 좋게 물러나가도록 분위기 조성을 많이 했지요. 말하자면 전에 못 보던 새로운 스타일입니다.

<야, 영역 안 좁아질까 걱정>
-당 간부 중에는 이대표가 혹시 극단적인 방법으로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던 모양인데 기우였지요.
-본인도 창호지 구멍을 먼저 바르겠다는 민정당의 핵심당원으로 남아 있겠다는 자세를 표명했으니 앞으로 당에 남아 상당한 예우를 받으며 뒤에서 활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정당의 새 당직팀과 야당과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야당에서는 권총장·이총무 골격이 유지됐기 때문에 과거 관계자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거 이대표위원이 주도세력을 정치적 차원에서 일단 스크린하는 기능을 다소 수행했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대여관계에서 야당의 영역이 좀 좁아지지 않나 생각하는 면도 있을 겁니다.
-대표간의 관계는 좀 더 부드러워질 전망도 있습니다. 과거의 당력으로 보나 연령으로 보나 이전대표의원과 야당당수들과는 선후배 관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진대표위원의 등장으로 그 관계가 더 편해진 만큼 앞으로 대화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점은 3당대표회담의 평가절하를 의미할 수도 있겠군요.
-제5공화국 이전을 보아도 여야대표회담이 형식적인 경우가 많았던 점으로 보아 앞으로 당3역회담 등이 더 중시될 수도 있겠지요.
-선거법·지방자치제 실시 등 정치의안 처리문제에 있어서도 민정당의 기존방침이 달라질게 없다고 봅니다.
-그렇지요. 앞으로 대야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고 85년 선거를 앞두고 대화정치·화합정치를 내세우며 계속 원만한 여야관계를 유지하려고 여당 쪽에서 신경을 쓸 겁니다.

<대표회담보다 3역 중시>
-당정협조관계는 어떻게 변할까요.
-감각의 변화는 있을 겁니다. 이대표위원은 연령면에서나 정치를 했던 세대면에서 볼 때 현장·차관의 대선배라는 느낌 때문에 정부 쪽에서는 무겁게 또는 거북하게 느껴온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신임 진대표는 보사장관을 지내고 같은 시절 국정을 논한 상대이니 만큼 좀 홀가분하다는 생각도 할 법 합니다.
-진대표위원은 정치경력으로 본다면 이전대표보다 한 세대 뒤이기 때문에 정부의 장·차관들과도 세대차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지요.
-진대표가 경제전문가인만큼 앞으로 당정협조과정에서 경제문제만큼은 진대표가 깊숙이 개입할 여지도 커진 셈이지요.
-여하튼 정부가 지금까지 이대표위원을 보는 시각이 성격적인 면까지 포함해 거북한 상대였던 것만은 사실인데 앞으로 진대표와는 조금은 편안하게 넘어가지 않겠나 하는 전망도 있습니다. 【정리=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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