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흥길의 소설『코파와 비코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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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달의 소설중에는 윤흥길씨의「코파와 비코파』(현대문학), 박완서씨의『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문학사상), 조정래의「박토의 혼』(한국문학), 최일남씨의『이야기』(현대문학)등이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윤흥길씨의『코파와 비코파』는 인간의 가지고 있는 본성을 해학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일단의 대학교수들이 시험채점을 위해 산장에 격리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속에서 이야기되는 것은 예기치않던 집단생활속에 들어가면서 나타나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이기적인 면, 편의를 위해 거짓을 보이는 것. 상대방의 허물을 용납하지 않거나 누군가를 적대시함으로써 효과적인 자기방어를 하는것등 인간본성의 적나라한 드러남이다.
이 작품은 그러한 배경아래서 또 우리의 현실에 극단적인 양분법이 횡행하고 있음도 드러내준다.
작품속에서 잠잘 때 코를 몹시 고는 사람들 즉「코파」와 코를 골지않는「비코파」가 하룻밤만에 드러나 갈려져 딴방을 쓰게되는데 이것은 해학적 상황을 제시하면서 우리사회가 통합의 노력에 뒤져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소설의 끝에「비코파」도 역시 코를 심하게 곤다는 것을 드러내면서 작가는 극단적 양분이 얼마나 무모한 것이었나를 보여준다.
박완서씨의『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은 현재의 말이 얼마나 왜곡되어있느냐를 보여준다. 화장품광고를 맡고있는 주인공은 자극적인 말(광고문)을 만들어내야하는 고통에 시달린다. 그는 자신의 행위가 거짓이고 해악임을 느끼면서도 그에 매달려야한다. 그의 거짓말 만들기는 그의 아파트에 아이들의「할머니방」이란 말을 만들어내고 이웃에 자랑하다가 막상 그의 어머니가 시골에서 올라와있게되자 가정파탄에 이르는데서 극렬하게 드러난다.
그는 어머니를 모실 생각도 없으면서「할머니방」이란 말로 아이들을 속였고 이웃을 속였다가 당한 것이다.
조정래씨의『박토의 혼』은 6·25때 남편과 자식을 잃은 한여인의 생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최일남씨의『이야기』는 4·19때 대학에 있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회사의 부장·교수등이 되어 기성체제에 빠져들어 속물화되어 가는 것을 그리고 있다. 4·19가 무엇이냐에 대한 질문을 담으면서 재미있게 써나갔다.

<도움말 주신분="김윤식·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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