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형제 방망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 형제가 만났다. 7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경기에서 형 조동화(左)가 1루에 있다 후속 타자의 안타로 동생 조동찬이 지키고 있는 3루까지 내달았다. [중앙포토]

삼성-SK전이 열린 7일 대구구장.

1루에 있다 후속 타자의 안타 때 3루까지 내달은 SK 조동화(24)가 삼성 3루수인 동생 조동찬(22)에게 "나 어땠어?"라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러자 동생이 맞받아친다. "형은 치사하게 단타 때 3루까지 오냐?"

프로야구 2005 정규시즌이 서서히 저물어 가는 가운데 이들 형제가 팀의 주축으로 맹활약하며 '가문의 영광'을 일구고 있다. 프로야구 '가을 잔치'에 참가할 4팀은 일찌감치 가려진 상태. 삼성.SK.두산.한화다.

특히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로 한 발짝 더 가깝게 가기 위한 1위 삼성과 2위 SK 간의 순위 다툼은 갈수록 치열하다.

공교롭게도 두 팀의 주전 멤버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두 선수가 형제 사이인 조동화와 조동찬이다.

SK의 경기 전 연습시간. 조동화는 항상 수십개씩 번트 연습을 한다. 번트를 못 대서가 아니다. 그의 번트 하나에 팀 작전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조동화는 올 시즌 38개의 희생 번트를 성공시켜 8개 구단 통틀어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인 박종호(삼성)와 신명철(롯데.이상 25개)보다 13개가 많다. 세밀한 작전을 선호하는 SK 조범현 감독의 야구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도 조동화의 몫이 크다. 도루도 18개를 기록하고 있다. 6월 이후 박재홍과 함께 1, 2번 타자로 '테이블 세터' 역할을 맡으면서 팀 공격이 살아난 점도 조동화의 팀 공헌도를 말해준다.

삼성 조동찬은 공.수.주를 겸비한 대형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그의 능력에 확신을 얻은 선동열 감독은 붙박이 주전 3루수 김한수를 올 시즌 1루로 옮기게 했다. 조동찬에게 매일 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주전 3루수가 된 그는 안정된 수비에 공격력까지 발휘하고 있다. 118경기에서 103안타를 쳤고 0.277의 타율은 핵 타선 삼성에서도 상위 네 번째다. 16홈런에 16도루로 내년엔 20-20클럽을 노리고 있다.

순위 싸움이 막바지로 치닫는 9월 들어 이들의 활약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조동화는 9월 들어 8게임에서 0.323에 4도루를 기록했고, 조동찬은 12게임에서 0.348의 고타율에 10타점을 올렸다.

형제는 평소 모든 걸 상의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선 승부가 먼저다. 포스트시즌에서 서로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하면서도 "너무 많이 나가지는(출루하지는) 말아달라"는 애교 섞인 주문도 잊지 않는다.

이충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