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단속으로 성매매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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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백일현 사건사회부 기자

성매매 특별법 시행 1주년을 사흘 앞둔 20일 경찰은 "전국 성매매 집결지의 업소와 종사 여성이 절반 가까이 줄고, 하루 평균 45명이 단속에 적발됐다"며 각종 통계 수치를 제시했다. '성매매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자평이었다.

현장을 목격한 기자들은 그런 평가에 동의하기 힘들다. 집결지는 썰렁했지만 은밀한 형태의 성매매 현장이 곳곳에 널려 있는 것이 쉽게 확인됐다. 취재를 할수록 '사회 전체의 성매매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게 할 정도로 심각했다.

어쩌면 이는 법 시행 초기 많은 사람이 "법으로 통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듯이 예견된 실패일 수도 있다. 또 경찰의 단속이 용두사미식으로 느슨해져서일 수도 있고, 경찰에만 '전쟁'을 맡겨 놓은 정부의 무성의가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정답은 "법이 생긴 뒤 업소에서 나왔지만 일 할 곳이 없었다. 오락실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지만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어 이곳에 왔다"는 한 마사지 업소 여성의 말에 담겨 있는 듯했다. 성매수를 하는 '손님'이 여전히 널려 있고, 수렁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지만 사회적.경제적 장벽이 그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성매매 여성들은 "정부 지원으로 직업 훈련을 받아 봐야 일자리 구한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 "정부가 지원해 주는 40만원의 생계비로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등 서슴없이 불만을 표출했다. 결국 지난 1년이 던져준 교훈은 단속이 능사가 아니며, 어설픈 지원책으로는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매매 문화를 좀처럼 바꿀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성매매에서 벗어난 한 여성은 "성매매를 그만두려는 시도를 한 친구도 많았지만 생계 문제 때문에 결국 대부분 다시 업소로 돌아갔다. 사회 전체가 내 누이, 내 딸로 생각하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도와주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속과 처벌을 앞세우고 부풀려진 성과를 내세우려는 정부보다 그의 말이 의미 있게 들렸다.

백일현 사건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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