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 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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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금 2억원정-.
20만원을 받는 윌급장이가 20년을 꼬박 먹지도 쓰지도않고 모은대도 채울수가 없는돈이다.
25살 미혼의 어느 여자경리사원이 자신이 근무하는 우유대리점에서 그런 돈을 챙겼다가 경찰에 붙들렸다.
20년 각고를 하루아침 한탕으로 단축하려던 간큰 처녀의 허욕은 쇠고랑으로 끝났다. 그러나 그녀의 가녀린손이 할퀸 자국은 큰상처로 남았다. 그녀를 고용한 사업주와, 그녀의 가정과 그녀를「보증」한 주위사람들에 말할수없는 고통과 손해를 강요하고 있다. 재정보증인은 집을가압류당하는 날벼락을 맞았다.
취재를 하다 때로 돈때문에 차마 있어서는 안될일이 벌어지는 경우에 부딪친다. 매일 신문사로 쏟아지는 수많은 진정·호소의 상당수는 돈때문에 빚어지는 불행의하소연이다. 하룻밤새 천만단위가 왔다갔다하는 부동산투기를 보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이들은 가질수밖에 없을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들 서민들은「20년각고 끝에 집한칸마련」을 보람으로 여길수밖에없다. 그것은 물질적풍요만이 삶의가치가 아니라는 체관의 생활철학일수도 있지만 허욕은 불행을 부른다는 오랜 경험이 길러낸 지혜일수도있다.
요즘 대구의 간큰처녀같이 회사돈을 챙겨 도주하는 공금횡령사건이 자주일어나고있다..
한탕끝에 20∼30년시간과 노력을 생략하고 그시간을 유유히 즐기면서 보내려는 풍조가 사회중산층 이상에까지 확산되고있는 느낌이다.
한국건업 회사중간간부의 공금휭령같은것이 한예다.
그러나 이들의 한탕주의는 대구처녀의예에서 보듯 본인의 불행뿐아니라 많은 이웃사람들의 불행까지 몰아온다는데 더문제가있다.
이력서만으로 사람을 쓰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지만 이제는 재정보증인을 세우기조차 어려워졌다.
누구도 보증을서려하지 않는것이다.
회사는 회사대로 2명의 보증인의에 경찰을통해 신원조회까지 하는곳도 나타나고있다.
모회사사장은『그래도 못미더워 경리파트는 친척을 두고있다』고 했다.
사원올 신뢰와 믿음이 아니라 감시의 대상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황금만능→한탕주의→불신풍조로 연결되는 사회명리에대한 묘방은 없는것일까.
불신의 확대재생산에 대책이 있어야 할것같다.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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