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마련에서 노후 대비까지 연 10만원으로 재테크 길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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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자녀 교육·내집 마련·노후 준비…’

재테크에 대해 생각할수록 막막하고 궁금한 것도 많다. 하지만 억대의 자산가를 주 고객으로 하는 은행이나 증권사 PB센터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얼마 안되는 소득이지만 알뜰하게 모아 제대로 쓰는 법을 알려주는 곳은 없을까.이런 보통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개인 재무 컨설팅’이 싹을 틔우고 있다.

◆ 중산층에 눈높이="보통 사람들의 재테크는 열심히 일해 번 돈이 잘못 새어나가지 않도록 점검하는 게 먼저다."포도에셋 라의형 대표는 이런 철학을 갖고 재무컨설팅에 임한다.1999년 노동운동가 8명이 만든 자그마한 보험대리점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현재 서울.울산.대전.광주 등 8개 지점을 가진 개인재무컨설팅 회사로 컸다.고객들은 대부분 30~40대 샐러리맨.자영업자 등으로 컨설팅 비용은 연 10만원 안팎이다.

사람들이 굳이 돈을 내가며 컨설팅사를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당장 생활비도 빠듯한 고객에게 이런 저런 금융상품을 떠안기기 보다는, 실속있는 재무 계획과 해결책을 제시한다.지난해 여름부터 상담을 받고 있는 한모씨(33.웹디자이너)는 "별 생각없이 들었던 보험 10여개 중 중복되거나 필요없는 건 해지하고, 신용카드를 체크카드로 바꿨다. 이렇게 간단한 변화로도 한달에 10만원 이상 여유자금이 늘었다"고 말한다.

외국계 은행에서 일하는 이모씨(45)는 "나도 은행에서 일하지만 요즘엔 금융상품이 다양해 다른 분야는 알기 어렵다"며 "아무래도 자사 상품 위주로 하는 보험사나 금융회사의 컨설팅과 달리 다양한 상품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줘 믿음이 간다"고 말한다. 포도에셋 컨설팅의 또다른 특징은 가급적 부부가 공동으로 컨설팅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개인재무컨설팅회사인 팸코 역시 PB센터를 찾을 정도의 여유는 없지만 재테크엔 관심 있는 중산층이 주요한 고객이다.팸코의 한명석 이사는"여유자금이 별로 없는 서민들이야 말로 그때 그 때 필요한 곳에 돈을 쓰다 보면 주택 마련.노후 대비 등 중장기적인 문제를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는 컨설팅을 통해 재무상황을 진단하고 ▶단기 대출 상환▶주택 마련▶자녀 교육비 마련 등 순차적인 목표를 설정하면 좀 더 여유있게 생활을 꾸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개인재무컨설팅 시장은=최근 몇년새 개인 재무컨설팅회사들이 잇따라 생겨났지만 아직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나마도 몇몇은 특정 금융사의 상품 판매를 대행하는데 주력하고 있어 중산.서민층 대상의 컨설팅은 여전히 불모지나 다름없다. 팸코의 관계자는 "지난해 네티즌 2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75%가 개인 재무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며 "미국의 경우 개인 금융자산의 30% 이상이 개인 재무컨설팅을 거쳐 투자되는 등 선진국에선 이미 활성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인재무 컨설팅은 금융업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않는다"며 "컨설팅을 받을 때는 해당 업체의 과거 사업내용과 시장의 평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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