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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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컴퓨터 교육은 지금 어디까지 와있는가. 두가지 실례만 들어보자.
도서실과 교실을 함께 갖춘 이동트럭이 미국의 벽지마을에 도착한다. 이 차에는 책 대신 15대의 가정용 컴퓨터와 2명의 강사가 딸려 있다. 이름하여 컴퓨터밴 (computer van).
개인용 컴퓨터를 구입하기 어려운 시골학교의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이동 컴퓨터교실이다. 강사들은 몰려든 초·중등학교 학생들에게 컴퓨터의 기능과 조작법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이미 학교에서 컴퓨터용어등 기초교육을 받았으므로 실물을 대해도 낯설지 않고 금방 친숙해진다.
미 과학교사협회가 컴퓨터 밴에 83년 최고 과학교육상을 수여한 것도 이해가 갈만하다.
우리 어린이들이 벽지와 섬 어린이들에게 보낼 책을 모으는 동안 미국에선 컴퓨터밴이 이들을 찾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실례. 미국 인텔컴퓨터회사의 중역이었던 「버트·브라운」과「켄트·오첼」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 그들은 성경을 컴퓨터시대에 맞게 보급하려면 역시 이를 컴퓨터에 수록하는 길이 제일 빠르다는데 합의했다. 둘다 회사를 그만 두고 「킴·제임즈」흠정역본의 성경을 붙잡고 씨름했다. 드디어 4백50만자의 단어를 1백80만자로 축소, 6개의 소형 컴퓨터 디스크에 수록하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성경의 정보를 정리해 손쉽게 찾아 볼수 있도록 색인, 정보 축적및 교차참조방식을 개발했다. 작년 2월 첫 판매에서 1백59달러 (약12만원) 의 성경 프로그램이 순식간에 1천질이나 팔렸다.
오늘날 목사, 주일학교 교사 및 기독교 학교의 도서관들이 이를 대량 사들인다. 가정은 가정대로 집에서 가정용 컴퓨터로 성경을 공부한다. 용기를 얻은 두사람은 자녀들에게 기독교적 윤리를 가르치려는 부모용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착수했다.
목사의 엄숙한 설교를 통해 듣던 성경말씀을 컴퓨터 스크린이 대치할 날도 멀지 않은 듯. 이처럼 컴퓨터는 가정교육이나 학교교육에서. 모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제 컴퓨터는 어른이 발명했으나 활용은 청소년의 영역으로 넘어 가는중. 컴퓨터 밴의 고안자인 「데니스·샤츠」씨는 『10년만 더 젊었어도 컴퓨터를 훨씬 더 잘 이해할 것』이라고 자신의 나이를 한탄한다.
컴퓨터 조기교육은 미국만이 눈 뜬 것이 아니다.
일본도 국민학교에서 CAI(컴퓨터 보조를 통한 교육)과정이 있다. 자유중국도 역시 국민학교 과정부터, 싱가포르는 중등학교 과정부터 컴퓨터를 가르친다.
오늘날 미국민의 20%가 정기적으로 컴퓨터와 접촉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90년까지 80%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 이때 우리도 어떻게 해야할지는 자명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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