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매제의 선결요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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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파트 공매제를 골격으로 한 정부의 부동산투기억제방안이 국회에서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는 시민생활과 연관이 깊은 이런 사안들이 여러갈래의 논의와 제과를 거쳐 중지를 모아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국회에서의 논의가 철저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일도양단으로 단안을 내리는 것이 겉보기에 명쾌하나 비민주적이며 특히 각계의 이해가 작용하고 부작용이 예상되는 문제들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한 편이 옳을 것이다.
국회논란의 핵심은 역시 공매제 자체의 타당성과 부작용, 그 실현방법 등에 집약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의 판단은 소위 아파트 프리미엄의 근원이 되는 실세가격과 분양가격의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투기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없애자는 생각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공매제를 통한 가격실세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여러 주장은 공보제의 여러 부작용, 특히 광범한 주택가격 상승을 더 우려하는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국회에서의 정부답변으로 보면 정부도 이런 부작용의 가능성에 어떤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런 반증이 공매제의 대안, 예컨대 가격예시제의 구상이나 공매방법의 혼선, 기존 청약예금가입자의 기득권 인정 여부 등에서 확실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데서 나타난다.
각계에서 지적한대로 우리는 정부의 이번 투기억제방안이 모든 문제를 포괄한 완벽한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모든 가능성과 부작용을 수용한 최선의 대응책을 서로 상의하고 논란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어떤 공약수가 모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런 뜻에서 국회질의에서 제시된 문제들을 정부쪽에서도 겸허하게 받아들여 계속 다듬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공매제는 아무리 낙관적으로 전망해도 주택가격의 광범한 상승을 불가피하게 수반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굳이 가격실세화를 강행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서민주택에의 파급을 줄이는 대안을 충분히 마련해두고 시작해야 한다.
실세화한 차액을 서민주택건설자금으로 확보한다는 것만으로는 실세화의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가격실세화의 충격은 순식간에 파급되나 그 기금의 조성과 서민주택건설에는 상당한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격 실세화는 공매제와 같이 한꺼번에 값을 올리는 방안보다는 오히려 적정한 단계별 가격예시제쪽이 덜 충격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런 단계적 실세화는 프리미엄의 존속이라는 문제가 계속 남지만 그 폭도 지금보다 훨씬 즐어들 뿐 아니라 일반주택가격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작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주택가격의 공공성을 도외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주거비의 안정은 물가안정의 보이지 않는 기반이 된다는 점을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공매제를 강행할 경우에도 소위 기준가격과의 차액을 건설업자에 귀속시키기보다는 입주자에 귀속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의 아파트 분양제도나 가격사정조차 지나치게 건설업자 위주로 되어있고 공공주택에 비해 분양가가 현저히 높은 점을 고려한다면 공매제 채권의 귀속은 당연히 입주자에 돌아가는 것이 장기적 주택가격안정에 유익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각종 주택의 건설원가를 정밀하게 재사정하여 납득할만한 기준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공정제의 선결요건이 될 것이다.
국회질의에서 명백히 지적된대로 작년 하반기 이후의 투기성향은 무엇보다도 방만한 통화관리와 저금리정책 등 투기를 조장하는 자금시장구조와 무관하지 않으므로 이런 근원적인 자금시장여건을 생산적인 것으로 바꾸는 조치가 함께 이루어져야 투기의 소지가 줄어들 것으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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