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대 뒤 다른 역할 주어지면 열심히 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내년 2·8 전당대회를 앞에 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 분위기에 잔뜩 달아올랐지만 안철수(사진) 의원은 예외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회 참여도 고사하고 전당대회 출마도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냥 세월을 낚는 건 아니다. 수면 아래에서 ‘열공’과 ‘내공 쌓기’에 몰두하며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다가올 40년 장기불황, 한국 경제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연속 기획 토론회 등이 그 일환이다. 1월 중엔 지역구에서 연탄 배달도 한다.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안 의원을 만났다. 그는 전당대회 뒤 “다른 역할이 주어진다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 역할이 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을 위해서라기보다 국민을 위해서”라고만 했다.

 - 왜 전당대회에 나서지 않나.

 “제가 물러난 다음에 대표를 뽑기 위해서 만들어진 전당대회니까 다른 사람이 기회를 갖고 당을 새롭게 혁신해야 한다.”

 -야당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아직 신뢰를 얻지 못한 거다. 정권을 맡겨도 되겠다는 확신을 심어 드리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 어떻게 하면 확신을 줄 수 있나.

 “비판을 위한 비판보다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저 방법으로 하면 되겠다. 왜 정부는 저렇게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들도록 명확하게 제안해야 한다. 외신을 보니 일본 자민당의 압승에 대해 전문가 한 사람이 ‘대안이 없다. 자민당이 미운데 자민당밖에 선택지가 없는 거다’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되면 굉장히 불행한 일이다.”

 - 사석에선 유머가 있는데 공석에선 다르다는 평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얼마나 유머가 있나.

 “그걸 배워야죠. 하하. (오바마 대통령은) 항상 처음엔 농담으로 시작하고, 막말하면 농담으로 되치기해서 그 사람 바보 만들고. 저도 그게 참 부럽다. 그런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많더라. ‘아 오늘은 웃으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들어갈 때가 많다. 무거운 사회 현안이 너무 많아서….”

 - 정계 입문 후 정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

 “아니. 많은 사람의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내가) 나오지 않았나. (정치를 하는 이유는) 적성의 문제가 아니고 소명의 문제다. 많은 이의 그 열망을 내가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명의식.”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것(잘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안, 민생과 직결된 사안, 결국 경제 문제다. 40년 장기불황, 어떻게 하면 위기에 빠지지 않고 돌파할 수 있을까, 그 일을 제일 중요한 일로 준비하고 있다.”

 그는 요즘 자신을 돕다 떠난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있다. 얼마 전엔 ‘멘토’로 불리던 윤여준 전 의원을 찾아갔다. 윤 전 의원은 안 의원에게 “재기를 하려면 좀 더 긴 호흡으로, 원점으로 돌아가라”며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이 한 번쯤은 더 기회를 줄 것”이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이윤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