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다리 불구의 등반 안내원 오오섭씨…주 3차례 대청봉 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사지가 성한 사람도 해내기 힘든 등산 안내를 한쪽 다리가 불구인 몸으로 거뜬히 해내고 있다.
국내 유일한 신체장애자 등산 안내원 오오섭씨 (31·속초시 설악동 국민주택 26).
지금도 1주일에 3번 꼴로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을 오르내린다.
오씨가 설악산에 들어와 묻혀 살기 시각한 것은 지난 80년. 『하던 장사도 집어치우고 산만 타기로 작정했지요.』
사계절의 특색이 뚜렷한 설악산이 너무 좋아 서울에서 하고 있던 조그만 농약 소매 점포를 팔아버리고 이때부터 등산안내원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두 다리가 성한 일반 등산객이 신체 장애자인 오씨의 실력을 믿지 못해 일거리 잡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일단 산에 오르기만 하면 남보다 오히려 빨리 걷고 지리도 밝다는 사실이 설악산 일대의 산사나이들 사이에 차차 알려져 이들의 추천에 의해 안내일은 밀어닥쳤다. 쾌활한 성격에 스스로 자랑하는 유창한 말주변 때문에 안내원으로 인기를 얻었다고 오씨는 말한다.
등반 안내료는 5만원 정도.
『나에게 있어 특수 장비가 있다면 끝을 뾰죽하게 만든 스텐으로 된 지팡이 뿐』이라는 오씨는 3세 때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불구가 되었다.
10남매 중 막내이기도 한 그는 69년 고교 3년때 친구들의 권유로 북한산에 오른 것이 계기가 되어 이때부터 전국산을 누비는 광이 되어 버렸다.
『무척 힘들여 올라간 북한산 정상에서 탁틘 광경을 내려다 보니 그동안 자신이 쭈그려 앉아서만 생활해 왔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팡이를 잡은 팔에 이상할이만큼 강한 힘이 솟구쳐 올랐다.
그때부터 혼자서 산을 찾아 나섰고 가족들이 만류하는 것도 뿌리치고 강행군을 해 나갔다. 한때는 인천 청양산에서 암벽타는 방법도 익혔다. 바위를 타기 위해서 한 손으로 못쓰는 오른쪽 다리를 대신 하고 한 손으로 바위틈을 붙드는 특유의 자세로 기어 올랐다. 떨어지거나 다친적이 없느냐고 물으니, 잠시 두 손을 쥐었다 폈다하며 머뭇거리다가 『미끄러진 적은 있지만 크게 다친 적은 없다』는 대답이다.
이후 한라산 3회를 비롯, 국내의 크고 작은 산을 1천여회 등반하면서도 별로 다친적은 없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