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업의 고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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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자공업의 고도화·전략화는 장기계획과 이를 뒷받침하는 중단기 개발과정 전략이 조화를 이루어야 실현 가능한 것이다.
특히 나라전체 수출의 10%를 감당하고 있는 현실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당면과제와 장기적 전략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며 이는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조체제 아래서 비로소 가능하다.
정부와 민간업체간에 이 부문의 전략 산업화에 대한 컨센서스의 대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잡힌 것으로 보인다. 상공부가 밝힌 전자공업 고도화 장기계획은 이런 합의를 바탕으로 그동안 연구 검토해온 최초의 청사진으로 제시되었다.
전자공업의 포괄범위가 워낙 넓고 제품의 규격과 수량이 다양하여 전략화하는데도 개발의 취사 선택, 선후 완급의 결정이 불가피하며 정부의 청사진도 민간과의 끊임없는 협의와 조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제시한 계획은 고도화 대상을 31개 품목으로 정하고 이를 정부가 주도해서 개발할 품목과 민간주도 품목으로 나누고 있다.
일본형 관민 분업체계를 도입한 것은 각 품목의 연구개발 수준, 기술의 산업화정도, 개발투자비용, 시장전망 등 여러 요인들을 함께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같은 분업체계는 중복 투자에 따른 낭비를 줄이고 기술단계별로 특화시킨다는 이점 때문에 초기단계에서는 유익한 개발전략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정부가 주도해야할 부문은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현저한 부문, 시장성 때문에 산업화가 어려운 부문, 기초 소재 부문 등으로 국한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부문은 정부의 집중적인 연구개발과 지원으로 산업화의 기반을 다진 뒤 산학 협동과정을 거쳐 민간에 기술이전이 가능하도록 중장기 연구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자공업의 특수성으로 보아 민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제품의 종류가 광범위하고 기술개발과 혁신의 가능성이 여타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수요에 비추어 시장성도 무한하며 소재의 혁신도 계속 가능하다. 따라서 민간의 창의력과 기술개발이 곧 시장성과 연결되는 광대한 프런티어가 바로 전자산업이다. 따라서 이 부문의 전략화는 무엇보다도 이같은 무한한 잔재기술과 시장을 민간이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고무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해결돼야할 몇 가지 과제는 우선 핵심기술의 도입을 적극 지원하고 필요할 경우 외국인 투자도 개방, 기술격차의 해소에 1차적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워낙 현저한 점에 비추어 선단기술의 도입과 소화를 우선 과제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 기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일을 위해서는 국민투자 기금이나 전자공업 진흥 기금 등 기존의 지원 수단을 보강하는 일 외에도 각종 민간연구소의 활성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지원, 벤처 캐피틀 제도의 확대를 지원하는 정부차원의 노력이 있어야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관건은 계열기업들의 시설을 서둘러 최신·최고 시설로 대체하는 일이다. 노후시설, 구식 기계로는 아무리 첨단을 지향해도 거기에 접근할 수 없다. 아울러 기능공들의 재
교육을 통한 최신기술 습득도 중요하다.
한편 민간 주도 부문의 경우 선진국의 경합에서 보듯이 내수의 기반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가정용, 민생용 중심의 내수기반을 발판으로 점차 산업용 전자시대로 이전해 가는 것이 이 산업의 특징이다. 따라서 산업용 전자시대로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든든한 내수시장의. 확충이 전개돼야 하므로 특소세를 비롯한 각종 세율구조의 합리적 조정과 신용판매 제도의 확충 등 중간과정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80연대 중반까지 70억 달러의 전자제품 수출이 가능해지고 현재의 민생중심에서 산업용 전자시대로 진전될 경우 필연적으로 소재산업과 기초부품 산업의 고도화가 제기될 것이므로 이 부문에서도 지금부터 정부 주도로 기술축적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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