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교육장 불교강원|시대따라 변모하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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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승려들의 기본 학식과 인품을 배양시켜주는 교육장인 불교강원-.
옛날 한문서당에서와 같은 스님들의 한문불경 독송소리가 고요한 산사에 울려퍼진다. 교외별전의 「부립문자」를 내세우며 돈오견성의 성불을 지향하는 선승들도 원래는 소정의 강원교육을 거쳐야 선방 출입이 허용됐다.
그러나 승려의 기본자질을 좌우하는 강원교육은 이제 「승가학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과거의 그 엄했던 규율과 기풍이 크게 변모하고있다.
오늘의 한국불교 강원교육 실태와 새로운 풍속, 문제점등을 알아본다.
현재 불교조계종의 강원수는 비구강원(해인·통도·불국·법주·범어·봉선·직지사)이 7군데, 비구니강원(동학·운문·봉령·화운사)이 4군데다.
강원재학 승려는 비구 2백27명, 비구니 3백56명등 모두5백83명으로 집계돼있다(조계종총무원조사).
강원과 함께 승려교육의 양대산맥인 조계종의 선방은 전국 24개에 총 1천1백여명(비구 7백75명, 비구니 3백36명)이 입방, 정진중이다. 선방을 가진 사암은 해인 송보 통도 동화 봉암 불국 범어 칠불 묘관음 대현 석남 화엄 불영 정혜사와 백봉 복천 견성 영수삼선 수도 내원 양진암등-.
이제 며칠만 있으면 선방의 납자들은 1년에 여름·겨울 두번씩 갖는 안거중의 하나인 동안거(음력10월15∼정월15일) 정진을 해제하고 소속 사찰로 돌아간다.
불교강원교육은 조선조가 몰락하던 구한말부터 활성화돼 엄격한 체계를 갖추고 승려들의 기본교육장이 돼왔다.
교육과정은 통상 사집과(2년), 사교과(3년), 대교과(2년)로 나누어 7년을 한후 연구과정인 수의과 2년을 더해 모두 9년을 수학했다.
중간에 월과를 할수도 없고 이 과정을 안밟으면 승려가 될수있는 「강원수료증」을 주지도 않았다.
강원교육을 끝낸 학승은 ▲외는 재질(誦才) ▲출중한 인품 ▲개별소양이 갖추어져야 수료증을 받을수 있었다.
평가방법도 강주가 느낀바를 법무(현재의 교무)에게 항목별로 적어보내 집계됐고 도중 게으름을 피우거나 앞의 3가지 항목에 어긋나면 가차없이 추방을 했다.
이에 비해 오늘의 강원은 우선 수업연한이 사미·사교·사집·대교과 각1년씩 4년으로 단축돼있다. 교육과목은 사미과=『초발심자경문」『비경」『사미율장」『치문」 사집과=『서상」『위요」『절요」『도서」, 사교과=『기신론」『능엄경」『원각경」『금강경」, 대교과=『화엄경」이다.
과거 수의과는 『법화경」을 주로 공부했다. 어쨌든 경·율·론3장을 두루 섭렵하는 강원교육의 교과목은 그대로다.
또하나의 큰 변모는 과거에는 비구니 전문강원이 거의 없었던데 반해 지금은 강원의 반수가 비구니강원이라는 점이다.
세째는 과거엔 불용했던 외전들을 읽어 일반상식을 갖추는 일이 보편화되고 있다.
60년대 초까지만해도 세속출간의 책은 이불밑에 숨겨두고 잠자리에서 몰래 읽었고 불경외의 책을 읽다 들키면 대중공사에 붙여져 심한경우 추방되기도했다.
새로운 풍습의 하나인 강원교육 승려의 외전섭렵은 현재 확고한 승려상과 가치관이 정립된 강원수료 후라야 한다는 반대론과, 불교현대화를 위해 장려해야한다는 찬성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서울개운사에 설립된 현대불교강원인 중앙승가대학(4년)의 경우 제경외에도 외국어·교육원리·사회심리학·사회복지학등이 강의되고 있다.
한국불교의 강원제도는 상좌양성을 위한 은사들의 뜨거운 헌신으로 정착을 했고 교육방법등이 구태의연하나마 지금도 유일한 승려양성의 교육장이다.
따라서 한국불교는 계첩을 통한 상좌확보 보다는 훌륭한 전통의 강원교육을 보다 강화하고 혁신해 승려들의 자질을 높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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