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파리의 연인' 제작팀 이번엔 '프라하의 연인'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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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파리의 연인

▶ 프라하의 연인

TV 드라마의 '자기 복제'에 불이 붙었나.

히트 드라마의 연작과 속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편의 유명세와 흥행 코드를 빌려와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장받겠다는 방송사의 속내가 들여다보이는 기획이다. 시청자들 역시 인기 드라마의 종영을 아쉬워하며 끊임없이 속편 제작을 요구하고 있어 양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형국이다.

#성공 코드를 빌려라=오는 24일 첫 방송되는 SBS 특별기획 '프라하의 연인'은 지난해 최고 히트작 '파리의 연인'의 연작이다. '파리의 연인'의 신우철 PD와 김은숙 작가가 다시 손을 잡은 데다, 주인공들이 유럽의 대표적인 관광지에서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을 키워간다는 설정이 '파리의 연인2'를 표방할 만하다. 흥행코드도 똑같다. 현직 대통령 딸이자 외교관인 재희(전도연)와 돈도 없고 '빽'도 없고 가방끈도 짧은 말단 형사 상현(김주혁) 사이의 '신분의 벽'을 뛰어넘는 낭만적인 사랑이 드라마의 키워드란다. 재벌 2세 기주(박신양)와 가난한 작가지망생 태영(김정은)의 사랑을 앞세운 '파리의 연인'에서 남녀만 뒤바뀐 셈이다.

제작사인 올리브나인 관계자는 "'프라하의 연인' 반응을 봐서 이후 '로마의 연인' 등 '유럽의 연인'시리즈를 계속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가을동화'(2000)'겨울연가'(2002)'여름향기'(2003) 등으로 본격 연작 드라마를 선보여온 윤석호 PD는 요즘 계절 연작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 '봄의 왈츠'의 주연 캐스팅 작업에 한창이다. '봄의 왈츠'는 이미 아역 부분의 촬영을 끝냈으며, 내년 3월 6일 KBS에서 월화드라마(20부작)로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엔 우리나라 방송 사상 첫 속편 드라마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MBC는 최근 종영된 '변호사들'이 근래 보기 드문 정통드라마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자, 정성주 작가와 속편 제작에 합의했다. 또 한가인.에릭 주연으로 화제가 됐던 '신입사원'의 속편 제작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흥행 보증될까=드라마에 앞서 시리즈 제작을 먼저 시도한 장르는 시트콤이다. 이미 다섯 번째 시리즈를 내보내고 있는 '논스톱'이나, '시즌 3'를 방송 중인 '안녕, 프란체스카'가 그 선두격이다. 하지만 이들 시트콤은 시리즈 차수가 더해질수록 그 명성의 빛이 바래고 있다. 시트콤의 생명인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무뎌졌다는 비난도 심심찮게 받는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첫사랑의 애틋함과 빼어난 영상미를 강조한 윤석호 PD의 계절 연작 시리즈는 갈수록 시청자의 호응이 떨어졌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서 밝힌 평균 시청률은 '가을동화'32.7%, '겨울연가'23.1%, '여름향기'15.9%로 지속적인 하락세다.) 특히 '여름향기'의 경우, 첫사랑을 화두로 빼내기 위한 무리한 설정으로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래서인지 연기자들은 연작이나 속편 출연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드라마 한 개 히트시키기도 힘든데 비슷한 성격의 드라마를 두 개 연달아 히트시켜야 한다는 게 연기자들로서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속편은 전작보다 재미없다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가 이젠 깨질 것인지. 일단 '프라하의 연인'부터 지켜볼 일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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