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마당

여권 담당자의 '감동 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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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 1일 밤 출장 서류를 점검하던 중 당혹스러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다음날 프랑스로 떠나야 하는데 여권 유효기간이 1월 말로 이미 만료된 것이었다. 오후 11시가 다 된 시간이었고 공항엔 늦어도 오전 8시30분까지 도착해야 했다.

사실상 출장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강남구청 야간 당직실에 전화했다. 당직자가 늦었지만 사정을 얘기해 보라며 여권 담당 책임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

체면 불구하고 전화를 걸었다. 여자 분이었다. 정중하게 합당한 방도를 찾을 수 없다고 설명해 줬다. 나로선 화 내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0여 분 뒤 그분이 전화했다. 신중하게 여권 업무를 처리해야 하지만 사정이 딱해 여러 곳에 전화해 도울 길을 찾고 있다고 했다. 30~40분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전화가 왔다. 여권 기간 연장을 위해 발급부서 직원뿐 아니라 심사부서 직원까지 모두 다섯 명이 출근해야 하는데 모두에게 연락 중이란 얘기였다. 확언할 순 없지만 오전 7시20분까지 공항터미널의 담당 창구로 나와 보라고도 했다.

토요일인 이튿날 말한 시간에 갔다. 다섯 명 모두가 나와 있었다. 이들은 여권을 건네며 인사했다. "잘 다녀오세요." 감동이었다. 출장은 물론 성공이었다.

신경준.서울 강남구 대치4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