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삼성 고시'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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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삼성그룹의 대규모 공채가 하반기 취업 시장을 흔들어 놓고 있다. 대학 캠퍼스에는 삼성 입사 준비를 위한 동아리 모임이 활발하고, 인터넷에는 삼성 입사 관련 정보 교환을 위한 카페와 블로그가 넘치고 있다. 또 서점가에선 삼성 입사에 필요한 직무적성검사(SSAT) 준비서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 "고대생은 괜찮습니까"=13일 자정 지원이 마감된 삼성그룹의 입사 경쟁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10 대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올 하반기 5000명을 뽑을 예정이다. 취업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진 '삼성 공화국' '불법 도청 파문' 등으로 사회 일각에서 반삼성 분위기가 일고 있지만, 취업 시장에서 삼성의 인기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실제 취업 사이트 '사람인'(www.saramin.co.kr)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구직자 28%가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삼성전자를 꼽았다.

커리어 김기태 대표는 "막연히 삼성에 비판적 정서를 갖고 있다가도 막상 직장을 선택할 때는 연봉과 복리후생 등 현실적 조건을 따지는 대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 채용 사이트에는 "지난 5월 이건희 회장 명예학위 수여식 소동과 관련해 고대생은 불이익 없을까요"라는 문의가 하루 두세 건씩 올라오고 있다. 삼성 측은 "당연히 불이익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 SSAT를 잡아라=삼성 입사의 첫 관문인 SSAT에 관한 관심도 높다. SSAT 모의고사 서비스를 하고 있는 취업 컨설팅 회사 휴레크에는 지금까지 3300명이 몰렸다. 단체로 지원한 대학도 13개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응시료 일부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교보문고.알라딘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SSAT 관련 서적 6~7종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SSAT 준비서를 펴낸 고시서적 전문 출판사 박문각 관계자는 "25일로 예정된 시험일이 가까워지면서 하루 100권이 팔려나가는 등 기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삼성 측은 시중에 나도는 문제집이나 모의고사.특강 등에 '현혹'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삼성 관계자는 "SSAT 문제는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데다 매번 새로운 문제가 출제된다"며 "단기간 암기 위주의 학습을 통해 점수를 높일 수 있는 성질의 검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는 삼성 입사 정보 교환을 위한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가 수십 개씩 운영되고 있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면접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도청 사건에 대해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는 것이 좋을까요' 등의 구체적 질문과 이에 대한 회원들 나름의 답변이 떠 있다.

◆ 절반이 서류전형에서 탈락=삼성은 8월 졸업자나 내년 2월 졸업예정자 중 일정 수준 이상의 어학점수와 학점을 보유한 사람에게만 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 미달한 지원자들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일단 최소 조건만 되면 전원 SSAT를 보게 한다"며 "서류전형에서 절반 정도가 걸러져 실제 경쟁률은 5~6 대 1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취업재수생 응시 제한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 계열사들이 수시로 신입사원을 뽑아왔기 때문에 사실 기회는 여러 번 있었던 셈"이라며 "이런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다른 기업에 잘 다니던 직원이 삼성으로 옮기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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