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4050의 노후'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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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주부 이현정(53.울산 선암동)씨는 올해 정년퇴직한 남편(56)과 사이에 딸 넷,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이씨는 최근 건강이 나빠진 시어머니의 병시중을 들면서 자신의 노년에 대해 부쩍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10~20년 뒤 나와 남편이 병들었을 땐 어떻게 될까." 그는 가급적 막내아들과 함께 살고 싶지만 아들이 원치 않으면 따로 살 계획이다. 하지만 그는 자식들과 따로 살 경우 대책은 아직 마련해 놓지 않아 걱정이다.

'샌드위치 세대'. 그동안 헌신적으로 부모를 부양했으나 정작 본인의 노후 때는 자녀의 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40~50대를 일컫는 말이다.

생명보험사들이 스스로 노후생활을 대비해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를 겨냥한 '고령화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실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생보사들은 특히 틈새시장 공략용이었던 고령화 상품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출산율 하락과 평균수명 증가로 한국은 2018년에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서는 '고령 사회', 2026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저축성 보험, 2000년 종신보험, 2005년 변액보험에 이어 앞으로 몇 년 뒤에는 실버보험이 보험시장의 주축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13일 기존 상품보다 보험료가 30% 싼 '교보실버케어보험'을 내놓고 실버보험 시장에 본격 공략을 선언했다. 40세 이상을 겨냥한 이 상품은 70세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노년기의 치매와 장기 간병에 대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존 보험료가 대부분 10만원을 훌쩍 넘는 반면 이 상품은 3만~20만원으로 상품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이상학 교보생명 상무는 "이 상품은 첫 노후 준비세대로 일컬어지는 40~50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올해 전체 신규 보험료에서 이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10%로 한 뒤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일단 올해 수입보험료를 150억원으로 설정하고, 2010년에 800억원, 2020년에는 1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삼성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장기 간병보험의 수입보험료는 현재 300억원 규모에서 2007년에 1200억원, 2010년에는 2200억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생명도 이른 시일 내에 기존의 '삼성실버케어보험'을 전면 손질해 새로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장을 크게 확대하고 보험료를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3년 9월 처음 출시된 삼성실버케어보험은 고객이 치매.중풍 등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장기간병 상태가 되면 매월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지만 보험료가 10만원을 넘어 가입실적이 저조했다.

대한생명은 지난 4월 노인성 질환 치료, 간병자금 마련 등을 지원하는 '웰빙실버간병보험'을 선보였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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