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수도권 외곽까지 가파른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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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31 대책 이후 분양권 급매물이 부쩍 늘어난 수도권 외곽의 한 입주단지. 박원갑 기자

서울.수도권 전세 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8.31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전셋값이 서울 강남이나 분당에 이어 의정부.동두천 등 외곽지역까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싼 집을 찾아 외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값을 더 주고 구하려고 해도 매물이 동나 여의치 않다. 매매시장은 당분간 시장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거래가 끊기다시피 했다. 전문가들은 추석 전까지는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탐색전을 계속할 것으로 진단한다.

◆ 전셋값 왜 갑자기 오르나=국민은행에 따르면 강남(서울 한강 이남) 전셋값은 최근 3주 연속 전주 대비 0.4~0.5%씩 올랐다. 올 들어 최고다. 김수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집주인들이) 그동안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상대적으로 낮게 받은 전셋값을 올리려 할 가능성이 있고, 매입 수요가 대기 수요로 전환하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셋값 상승은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나는 수급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세 시장에서는 8.31 대책 이후 집값이 떨어지길 기다리며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도 8.31 대책에 따라 구도심의 재개발이 활성화할 경우 이주민들의 전세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반면 다주택자들은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대료 수입으로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전셋값이 오르자 일부 서민들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저가 전세매물을 찾아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8.31 대책이 서민들을 도심 밖으로 밀어내는 뜻밖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는 그동안 국민임대단지 등 서민 주거지가 도심 밖의 그린벨트에 편중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도심에 서민 주거용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번 대책을 놓고 중산층은 불안해하지만 큰손들은 느긋해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박재현 우리은행 PB팀장은 "진짜 부자들은 대출해 부동산을 보유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보유세 등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 거래 끊긴 매매 시장=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다주택자들은 자신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고민하기보다 남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분양권을 매입해 입주를 앞둔 사람 중 일부는 담보대출 비율 조정 등으로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새 아파트로 이주하기보다는 기존 주택에 눌러앉고, 대신 분양권을 처분하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수요자들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실수요자라면 11월부터 내년 3월 말까지가 내집 마련의 호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허귀식.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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