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인하 후의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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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로 유종별 세율 조정으로 유가가 인하 또는 인상된 것은 이미 예고되었던 것이 실현에 옮겨진 것이다.
6일부터 시행된 유가조정은 특소세율의 변경으로 유가체계를 정리하고 기금갹출 비율 및 정제비를 내림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즉 국내의 조정요인만을 반영한 것이며 현재 사실상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국제원유가는 미결로 남아있는 셈이다.
전반적인 유가의 인하로 국내경제는 최근 잇달아 내리고있는 공산품가와 더불어 물가안정기조를 한층 단단히 하고 경기회복에도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유가가 외국에 비해 고가격인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지난날의 고금리, 고유가 등이 우리산업의 비용부담을 무겁게 하여 경쟁력을 약화시켜온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금리인하, 세율인하 등으로 경제활동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그 위에 유가인하로 산업체에 연간 4백51억원의 부담경감을 가져오도록 한 것은 경기활성화에 그대로 기여할 것이 확실하다.
동자부는 유가자율화의 단계적인 조치의 하나로 세율조정 등을 통해 유가인하를 단행했으며 앞으로 국제원유가, 국제금리, 환율의 동향에 따라 추가적인 재조정이 있을 것임을 밝히고있다.
현재 원유의 현물시장가격이 배럴 당 34달러의 기준가격을 훨씬 밑돌고있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공산국들이 배럴 당 4달러를 인하하겠다는 제의를 하고있다는 추세이고 보면 국제원유가는 연화하는 과정에 있다.
우리가 들여오는 원유가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산인 점에 비추어 공산국이 배럴 당 4달러 인하하면 10%이상의 인하요인이 발생한다.
원유유입부담은 연간 약 8억 달러가 줄어든다는 계산도 나온다. 그러므로 산유국의 가격인하가 있게되면 국내유가는 또다시 내려가야 할 것이며 그것이 국내물가안정을 결과하여 환율의 안정도 기할 수 있게될 것이다.
그러면 국내유가는 더욱 안정세로 들어서서 약간의 정책수정만 가해진다면 경쟁국수준으로의 유가접근이 용이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국제원유가의 하락이 수반하는 부정적인 측면을 우려하는 견해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역오일쇼크」로 중동건설경기가 퇴색하고, 아프리카 산유가과 멕시코 등은 국제수지가 한층 악화하여 외채상환불능을 일으킴으로써 국제금융위기가 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그러한 역작용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경기회복을 촉진시키고 무역량을 증가시킨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역시 원유가가 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10년에 걸친 오일쇼크가 시장기능을 무시한 가격인상에서 온 것이므로 그동안의 조절기간을 거쳐 시장가격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정상으로의 당연한 복귀 현상인 것이다.
이러한 원유가의 동태는 안정과 성장을 목표로 하는 우리경제에 절대적인 공헌을 한다.
국내정책만으로 유가를 내려서 제조·운수업 등 전산업분야에 가격인하효과를 확산시킬 소지를 마련해 놓고있다.
거기다가 국제원유가가 내려간다면 더 말할 나위 없는 물가안정과 경기회복을 촉진시킬 것이다.
석유정세의 새로운 전개에 어떻게 적응하는가는 전적으로 대내적인 에너지정책과 산업계의 경영전략에 달려있다.
국내물가안정은 곧 경쟁력제고에의 지름길이 되는 것이며 그런 뜻에서 단기적인 역작용을 재빨리 해소시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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