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미국 카지노 금연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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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게임이 안 풀리는지 40대 중반의 한 남자가 연방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제대로 피우지도 않아 담배가 재떨이에서 그냥 타는 시간이 더 많았다. 옆에서 몇 번 상을 찡그리던 손님이 슬그머니 일어나 다른 블랙잭 테이블로 옮겨 앉았다. 그러나 거기도 사정은 같았다. 미국에서 '동부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AC)에 있는 트럼프 카지노 안의 모습이다. 그러나 조만간 카지노 흡연이 철퇴를 맞을 전망이다. 뉴저지주가 카지노에서 담배를 추방하는 법안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서다. 40개 이상의 카지노가 있는 콜로라도주도 유사한 법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미국에서 카지노 내 금연을 실시하는 곳은 뉴멕시코주의 타오스 마운틴 카지노뿐이다.

금연할 경우 수입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카지노 회사들은 주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반대 로비에 나섰다. 오드레이 오스웰 뉴저지주 카지노협회 회장은 "모든 카지노에는 환풍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대부분 비흡연 고객 코너를 별도로 마련해 놓고 있다"며 "금연법안에서 카지노는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틀랜틱시티의 초대형 카지노 20여 개가 연간 올리는 매출은 40억 달러에 이른다. 이들은 "금연이 시행되면 당장 매출이 15% 감소해 주 정부에 내는 세금과 종업원 일자리가 줄 것"이라며 주 정부와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고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주도 현재 공공장소 금연 법안을 추진 중이나 카지노는 예외로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금연 지지자들은 "공공장소 금연법을 만들면서 카지노를 제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카지노 내 금연구역은 형식적인 수준이고, 환풍시설이 있어도 실내 공기는 매우 탁하다"는 것이다. 카지노 고객의 3분의 2는 비흡연자로 추산되고 있다.

조합원 1만 명의 애틀랜틱시티 카지노 종업원 노조는 금연 법안을 절대 지지하고 있다. 딜러 생활 27년째인 폴 바롯소스는 "일터는 흡연 소굴"이라며 "많은 동료가 간접흡연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저지주에선 하원 소위원회를 통과한 금연법안이 6월께 하원 및 상원 전체 표결에 부쳐진다. 뉴욕 등 인근 지역의 카지노들도 결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지노 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애틀랜틱시티(뉴저지주)=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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