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패턴 변화 따른 세율조정 어떻게될까|특소세가 내린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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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냉장고와 TV에 대한 특별소비세율을 면제하고 맥주 등에 물리고 있는 높은 주세도 내리겠다는 민정당의 방침이 관계법개정을 거쳐 소비자들의 실생활에 반영되기까지에는 앞으로 11개월이 지난 내년1월이나 가능하다. 설령 오는 9월 이전의 임시국회에서 특별소비세법이나 주세법개정을 작정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얽히고 설킨 문제들이 많아 이의 연내 실현은 어렵다. 우선 특소세법 개정이전에 관세법을 뜯어고치는 작업이 앞서야한다.
컬러TV건 위스키건간에 앞으로 모든 상품에 대해 점진적으로 수입문호를 넓이겠다는 대외개방정책에 따라 이들 품목에 대한 관세율이 먼저 결정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특별소비세율도 조정된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정기국회 이전까지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특별소비세 품목의 선정기준은 사치성품품, 고가의 내구성소비재, 소비억제대상 식료품 및 유류 등으로 한정되어있다. 한쪽으로는 소비를 억제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세금을 많이 거두어 재정수입을 늘려보겠다는 취지로 특소세를 물려왔다.
그러나 지난 77년 특소세법을 제정한 이후 경제여건이 달라지고 국민들의 소비성향도 변해 당시에 사치성품목으로 분류되었던 흑백TV나 컬러TV가 이제 생활필수품화 되었다.
고소득자만이 마시는 술로 여겼던 맥주가 최근에는 농촌에서 소비가 늘 정도로 술소비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도 사치성품목 및 고급주를 재분류해 세율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컬러TV 14인치(로터리방식)의 경우 공장도가격은 26만6천2백40원. 이중에 포함된 특소세(28%)는 4만9천6백85원으로 전체가격의 18·7%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덩달아 붙는 방위세(특소세의 30%)는 1만4천9백5원, 부가세(10%)2만4천2백4원을 합쳐 세액은 모두 8만8천7백94원이 된다. 공장도가격의 3분의1이 세금인 셈이다.
컬러TV 14인치의 대리점마진을 포함한 소비자가격은 30만9천원. 만약 특소세가 전액면제된다면 출고가격은 현재보다 7만1천50원이 더 싼 19만5천1백90윈이 되며 소비자가격은 23만7천9백50원으로 떨어진다.
5%의 특소세가 붙은 흑백TV(14인치)는 출고가격이 6만3천3백원으로 특소세가 없어지면 출고가격은 현행보다 3천8백64원이 줄어든 5만9천4백36원으로 내려간다.
냉장고의 경우도 특소세가 28%(2백50ℓ미만)나 부과되고있어 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면 출고가격은 현행보다 7만1천1백38원이 줄어든다.
그러나 컬러TV나 냉장고가 생활필수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특소세가 면제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일반가정용이라고 볼 수 없는 덩치가 큰 품목, 예를 들면 TV의 경우 20인치 이상, 냉장고는 2백∼2백50ℓ이상일 때 약간의 세율이 부과되지 않을 수 없다.
이밖에 전기·전자제품으로 세탁기·음향기기·전열기에 현재30∼40%(기본세율)의 특소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관세조정과 함께 세율구조도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부가가치세제를 실시하면서 소득에 대한 세부담의 역진성을 보완하기 위해 높은 주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위스키의 경우 세율은 2백%, 맥주1백50%, 소주35%, 막걸리는 10%다.
방위세와 교육세·부가세 등을 모두 감안하면 양주에는 3백18%의 세금이 붙어 판매원가가 2천5백27원인 5백㎖짜리의 출고가격은 1만5백64원이나 된다.
윈가 1백47원인 맥주에는 모두 2백41%의 세금이 부과돼 현재 출고가격은5백2원이다. 맥주에 대한 주세가 현행 1백50%에서 1백%로 인하된다면 출고가격은 22·6%나 싼 3백81원이 된다.
맥주를 대중주로 하여 소비자들이 많이 마실 수 있도록 하자면 세율을 1백% 이하로 대폭 떨어뜨리고 소주나 막걸리에 대한 세금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전기·전자제품이나 주세를 끌어내리기만 한다면 세금에 절대의존하고 있는 나라살림이 더욱 빠듯해진다.
현재 50∼1백%나 과세되고 있는 전자제품이나 술등에 대한 관세를 더욱 높여 특소세·주세인하에 따른 부족분을 메울 수도 있으나 이는 국내산업의 지나친 보호로 산업구조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어 정책 선택의 어려움이 있다.
현행 관세율을 대폭 낮춰 무역자유화의 폭을 확대시키겠다는 정부방침에 비추어 본다면 부분적인 특소세·주세인하를 단행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사치성품목이나카지노등유흥장에대한특소세액을 인상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최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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