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골퍼의 날' 이인우 비발디파크 오픈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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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골프 남녀대회에서 무명 선수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프로 12년차의 이인우(33.이동수 F&G.사진 (左))와 아마추어 신지애(18.함평골프고2.(右))가 주인공이다. 이인우는 KPGA투어 기아 로체 비발디파크 오픈에서, 신지애는 KLPGA투어 SK엔크린 인비테이셔널에서 각각 우승했다.

◆ 이인우=이인우가 우승하기까지는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만한 시간이 흘렀다. 프로 데뷔 11년 만에 정상에 오른 그는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11일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 골프장에서 끝난 대회에서 이인우는 합계 16언더파로 우승했다. 지난주 에머슨 퍼시픽 오픈 챔피언 박노석(대화제약.15언더파)을 1타 차로 제쳤다.

그의 말대로 기나긴 여정이었다. 이인우가 프로에 데뷔한 것은 1994년. 성적이 신통치 않아 군에 입대했고, 98년 투어에 복귀했지만 프로의 벽은 높기만 했다. 이제까지 최고 성적은 2001년 익산 오픈과 이듬해 포카리스웨트 오픈에서 기록한 2위. 올해는 5차례 대회에 출전해 단 한 번도 톱10 안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대회에서 신들린 듯한 샷으로 2라운드부터 선두에 나섰다. 최종 4라운드에선 박노석이 끝까지 추격했지만 2언더파(버디 5, 보기 3개)를 치며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이인우는 "마치 천국에 들어선 기분이다. 딸(예지)에게 떳떳한 아빠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 신지애="12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뒤 하늘을 쳐다보며 엄마 생각을 했어요. 엄마가 어디선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힘을 냈지요."

신지애는 경기도 BA비스타 골프장에서 끝난 대회에서 우승한 뒤 이렇게 말했다. 3라운드 합계 11언더파로 배경은(CJ.9언더파)을 2타 차로 따돌렸다. 10년째를 맞는 대회 역사상 아마추어가 우승한 것은 신지애가 처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우승이었다. 그러나 신지애는 1라운드부터 공동선두에 나서더니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신지애는 2003년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비운의 골퍼. 함께 사고를 당한 두 동생의 간호를 위해 병원에서 먹고 자면서도 골프클럽을 놓지 않았던 집념의 선수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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