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 등록」파종엔 일단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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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직자 윤리법에 따른 차관급이상 고위 공직자의 재산등록이 31일 일단 마감됐다.
불가피한 사정을 들어 연기 신청을 낸 외교관 20명과 의원 41명 이외에는 입법부 2백38명, 사법부 71명, 행정부 2백74명 등 전체 대상자 6백44명중 5백83명이 기한안에 등록을 마쳤다.
연기 신청을 한 경우도 연기이유에 명시된 조건이 해소되면 곧 등록을 해야하므로 법규에 시한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늦어도 2월중에는 등록을 끝내야만 한다.
지난달 6일 전두환 대통령이 시범을 한 이후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및 장 차관, 국회의원, 법원장, 중장 이상의 고위장성, 국영기업체장 등 지도급 인사들이 거의 방과됐다.
비록 비공개이긴 하지만 이들이 재산 명세서를 국가기관에 밝힌 것은 우리 공직 사회사의 큰 변화이며, 앞으로 이 제도의 운용여하에 따라서는 획기적인 전환점도 될 수 있는 일이다.
총무처장관·국방장관·국회 사무총장·법원행정차장 등 각 등록기관의 장은 이번에 제출원 등록 내용을 검토해 재산은닉·허위 등록 등의 혐의가 인정되면 조사를 의뢰할 수 있고 조사결과 허위사실이 드러나면 징계도 할 수 있게 돼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체로 성실신고로 간주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
양심적으로 성실하게 신고했다고 믿어야지 어떻게 일일이 사실여부를 가릴 수 있겠느냐는 설명이다.
다만 금년의 재산변동 사항을 내년 1월중에 신고받아 이를 엄격하게 체크할 것이며 법규정에 따라 매년 1월에 치밀하게 심사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앞으로 신고에는 매매 계약서·영수증 등을 첨부토록 했는데 정부는 이 부분의 체크에 큰 역점을 두고 있다.
직무와 관련한 재산증식의 여부를 가려낼 유일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번 등록자의 「양심선언」을 믿기 때문에 행정부의 경우 국무 총리를 위윈장으로 하는 10인의 윤리위원회가 당장 바빠지지는 앓을 것 같으나 윤리위의 승인을 얻어야 취업이 되는 취업제한 대상자가 연평균 4백50명정도 퇴직하게 되므로 앞으로는 수시로 소집될 것 같다.
입법부는 의원의 경직을 오히려 권장하는 형편이므로 취업제한 조항이 사실상 무의미하다.
이번 1차로 실시된 재산 등록의 추이를 보아 85년쯤 2단계로 5천4백여명의 공직자에게 재산 등록을 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구상이다.
정부 관계자는『1차의 결과가 이제도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며 2단계는 숫자는 많지만 비중은 크지 앉다』고 보고있다.
정부는 81년 윤리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시행령 마련에만도 1년을 소비했다.
이것은 이 제도의 실시에 대한 정부의 신중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다소의 말썽을 감수(?)하면서도 동산 등록기준 등을 비교적 폭넓게 마련한 것도「저항없는 성실신고」를 유도함으로써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착근시키려는 배려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5백만원 이상의 보석 또는 골동품을 등록 대상으로 한다는 발표에 『4백만원짜리를 여러개 가진다면…』이란 의구심이 국민들 사이에 많이 나돌았던 점 등을 유의해 점진적으로 제도를 보장해나가는 노력은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재산등록의 내용은 비공개키로 돼었지만 개인별 재산 상태는 공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상태를 개괄적으로 보여주는 통계같은 것은 마련해 밝히는 것이 국민적 신뢰를 위해 바람직할 것 같다.
예컨대 5천만∼1억원 몇명, l억∼3억원 몇명하는 식으로 말이다.
심사원처끝에 시도된 이 제도가 전 공직사회에 뿌리를 내리도록 당초의 진지한 자세가 지속됐으면 하는게 국민적 바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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