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의 확률에 도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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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전개발은 예나 지금이나 역시 투기다 통계적으로 1백개의 시추공을 뚫으면 이중 경제성있는 유정은 단 2∼3개 찾을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현재 탐사시추가 한창인 유전개발을 놓고 경제성검토가 끝나기 전에 『기름이 나올 것이다』고 추축하는 것은 2%의 확률에 섣불리 매달리는 도박과 같다. 그러나 실제 이 2%의 확률을 바라고 막대한 돈이 드는 유전개발사업이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수길기자>
우리나라도 72년11월 영일만대륙붕 6광구에서 석유메이저인 셀(Shell)사가 조광권을 얻어 처음으로 본격적인 탐사 시추공을 뚫은 이후 그간 연안대륙붕에서만 모두 9개공을 시추했으나 역시 2%의 확률은 아직 붙잡지 못해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은 시추작업의 결과 산더미같이 쌓인 귀중한 자료들은 그 값을 한다. 즉 시추를 하면 할수록 지층의 구조 성질을 더욱 정확히 알 수 있고 그만큼 경제성있는 유정의 위치를 적중시킬 확률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72년에 첫 시추>
올해에는 다시 오는 4∼6월 사이에 서해 4광구에서 석유탐사 전문회사인 미 자펙스(Zapex)사가 조광권을 얻어 우리측 유개공과 함께 다시 한번 검은 황금의 꿈에도 전한다. 유개공이 국내 석유개발에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4광구는 78년 당시의 조광권자 미 걸프사가 물리탐사만 하고 가망이 없다하여 조광권을 반납하고 철수했던 지역으로 이번이 처녀시추다.
자펙스사는 기존 자료를 다시 분석, 걸프사와는 달리 이 지역에서 경제성있는 유전이 발견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81년8월 우리측과 다시 조광권계약을 했었다. 자펙스사는 이미 지난해 전장 6백22km에 이르는 탄성파 탐사를 다시 실시, 시추공을 뚫을 지점을 골라냈다. 그 결과는 역시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간 시도됐던 9개공의 시추중 4개공에서 「유징」이 발견되긴 했다.
그중 가장 그럴듯한 유징이 나왔던 곳이 81년10월부터 약 두 달간 제주도남쪽 한일 공동개발광구7소구에서 코암(KOAM)사가 두번째로 시도했던 JDZ·VII·2공.
약 8백만달러를 투입, 지하 4천1백90m까지 파고 들어가 유층을 찾기 위한 정밀검층을 마치고 2천8백2천9백m의 지층을 대상으로 산출능력시험단계까지 갔으나 이 단계에서 실패하고 말아 아쉬움을 남겼다.

<작년 탄성파탐사>
현재 우리의 대륙붕 7개광구 중 조광권이 설정돼있는 곳은 IV광구 일부(자펙스사)와 VII광구. VII광구 중 2, 3, 4, 5, 6소구는 텍사코가, 나머지 1, 7, 8, 9소구는 코암사가 우리측 조광권자다.
한편 81년 7소구 탐사 당시에도 증시에선 기름이 나왔다, 안나왔다 하는 소문이 하루가 다르게 엇갈려 주가와 주식거래량이 춤추듯 했는데 요즘 다시 증시의 소문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우리 정부가 탐사개발비의 80%를 융자, 코데코사(회장 최계월)가 인도네시아 마두라해성에서 벌이고 있는 석유시추사업이다.
80년 5월 인니국영 석유회사(PERTAMINA)와 50대 50의 투자비율로 설립된 코데코사는 지난연말까지 3개공을 시추했다. 또 올해 3개공을 더 뚫기로 돼있다. 이 지역은 이미 75년 미시티서비스가 시추작업을 펴 하루 5천배럴정도의 기름이 스며나옴을 생산능력시험 (Drill Stem Testing)을 통해 확인했던 지역이므로 지하에 기름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름이 있고 없음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기름을 유층이 품고 있고 이 중 어느 정도까지의 기름을 뽑아 쓸 수 있느냐는 경제성이다.
코데코측이 이미 뚫은 3개공 중 첫 번째 공은 과거 7소구처럼 DST에 실패했고 2번째 공에서는 시티서비사의 실험치에 버금가는 실적이 나았으며 3번째 공은 아직 DST에 들어가지 앓은 상태. 그러나 두번째사의 시험결과를 놓고 경제성을 판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마두라 3공시추>
과거 시티서비스는 하루 5천배럴 정도의 시험치를 갖고도 『경제성이 없다』며 구멍을 막고 철수해 버렸었다.
또 코데코측이 지금까지 팠던 탐사정주변에 매장량을 정확히 잡기 위한 확인정도 몇 개 더 뚫어보고 그 결과를 전문분석회사에 용역을 주어 분석, 경제성이 있다는 결판이 나야 비로소 개발계획에 착수하고 다시 본격적인 생산시설을 갖춰서 원유를 퍼 올릴 수 있다.
경제성 유무도 아직은 모르고 또 경제성이 있더라도 정작 생산에 들어가려면 앞으로도 2∼3년은 족히 걸린다.
만약 이 지역에서 하루 1만배럴의 원유가 나온다면 코데코측은 인니국영석유회사의 소유분 세금·투자비회수분 등을 제하고 하루7백50배럴의 원유를 순수한 이익으로 남겨 가지게 된다.

<로열티 5∼10%선>
우리 정부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융자해준 자금(현재까진 약 2천6백만달러)을 코데코가 석유생산에 성공해야만 그때부터 되돌려 받을 수 있으며(이율은 연8%의 고정금리) 코데코의 원리금상환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계속 코데코생산분(전체의 50%)의 5∼10%(하루 생산량에따라)를 로열티로 받는다. 1만배럴이 하루에 생산된다면 하루 2백50배럴이 우리가 받는 로열티다.
결과적으로 마두라유전개발에 성공한다면 우리의 원유장기안정공급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당장 70년대 중동산유국과 같은 부를 유조선에 실어오는 것은 절대 아니다.
2%의 확률에 도전하는 석유탐사는 연안 대륙붕에서, 해외에서 올해도 계속된다.
서해 4광구에서 1개공, 마두라에서 3개공을 시추하고 나머지 한일공동광구와 단독광구에서 2천9백km의 물리탐사를 진행한다. 또 말fp이지아 사라와크 해저유전 조광권 입찰에도 현재 민문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내년에는 우리도 우리 손으로 건조한 반 잠수식 시추선을 처음으로 진수시킨다.
석유개발의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도달할 수 없는 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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