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론 일단 잠복 … 정국 새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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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뉴욕 순방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이 9일 멕시코행 특별기에서 기자단으로부터 받은 59회 생일 축하 케이크를 맛보고 있다. [연합뉴스]

"연정 얘기를 안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정치권의 환영을 받았다. 연정론을 둘러싼 여야 간, 여-여 간 갈등도 수그러들고 있다. 하지만 연정론이 마침표를 찍었다고 보는 당은 없다. 오히려 "휴식기가 지나면 더 설득력 있는 논리로 무장한 연정 2라운드가 전개될 것"(열린우리당 당직자)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10월 재보선을 주목하라"= 열린우리당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선거구제 개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희상 의장은 "연정이라는 말을 입술에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지, 기본 정신인 지역구도 타파와 상생정치는 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이제는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유인태 의원은 "연정은 거국내각 구성과 같은 건데 (한나라당이) 싫다니까 싫으면 마는 것"이라며 "하지만 선거구제 개편은 지역구도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이것은 이것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내에선 연정 재론 시점으로 10월 설이 돌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연정론이 좌초한 건 '뜬금없다'는 반응 속에 다음 수를 둘러싼 시나리오만 난무하는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라며 "지역구도에 대한 문제 의식이 좀 더 확산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월 재보선에서 지역구도가 재현되면 연정론은 모습을 달리해 재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10월 재보선 지역에는 대구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강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출마 의사를 보이고 있다. 당 정치개혁특위도 선거구제 개편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10월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 "선거구제 일방 처리 안 돼"= 한나라당은 "연정 철회를 쟁취했다"는 기류다. 7일 회담에서 박 대표가 쐐기를 박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무성 총장은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연정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말씀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열흘간이 아니라 장기간 평화인 만큼 앞으로 국정을 민생경제 중심으로 편안히 몰아가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판 흔들기'가 끝났다고 믿는 의원들은 별로 없다. 특히 여권의 선거구제 개편 움직임에 강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지금껏 게임의 룰인 선거제도를 어느 일방이 처리한 적이 없다"며 "여당이 상식을 뛰어넘는 무모한 짓을 한다면 국회는 파행"이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여야 간 주도권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노동당 홍승하 대변인은 "연정론은 막을 내리고 이제 선거제도 논의에 돌입하자"고 했다. 선거구제 개편에는 열린우리당 손을 들어주는 기류다. 민주당의 기류는 미묘하다. 민주당은 선거구제 개편 논의의 시점을 지방선거 이후로 제시했다.

박승희.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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